'해태' 부활은 일본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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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까지 크라운제과를 경영했던 윤영달(60.사진) 사장. 그는 올해 초 해태제과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 윤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 위기에 빠졌던 해태제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가 띄운 승부수는 '크로스 마케팅'이다. 해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상대의 인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윤 사장은 크라운제과를 경영하면서 대만의 제과업체와 손잡고 '크로스 마케팅'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동북아시아 최고의 제과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기업이 되는 것이죠. 그런 만큼 가장 선진적인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습니다."

그는 "아직까진 품질과 마케팅에서 일본 업체에 뒤지지만 열심히 개척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크라운이 대만에서 성공한 것처럼 일본의 유명 제과 기업과 크로스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윤 사장은 "특히 껌과 '오예스'와 같은 파이 류는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도 경쟁력이 있다"며 "제휴를 추진 중인 일본 기업의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의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합하고 일본인 마케팅 전문가를 현지 사장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사가 팔리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그래서 해태제과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 측이 직원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장 두 회사를 합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조직을 통합하지 않는 대신 양사 간 업무 협조를 통해 인수 시너지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태제과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오예스' 사례를 들었다. 이 과자의 겉봉엔 제조원을 크라운제과, 판매원을 해태제과라고 적었다. 윤 사장은 "오예스 생산설비가 낡아 최신식으로 바꾸는 동안만 크라운제과가 대신 생산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업무 협조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가 생산하는 품목을 합치면 200개가 넘는다. 양사 모두 회사를 지키는 데 바빠 신제품 개발에 소홀히 했다. 윤 사장은 이런 점을 인정했다. 그는 "생산 품목의 수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확 당기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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