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심한 경영압박|작년적자 1,000억대|가동율도 50∼70%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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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석유화학업계가 빈사 직전에 있다. 80년에 1천1백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81년에도 1천억 가까운 적자를 냈다. 가동률도 50∼70%선이다.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없는 한 집단 도산으로 빠져들 추세다.
특히 여천유화단지가 더 심각하다. 가동한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도 날로 가중되는 적자경영을 견딜 수가 없어 자율통폐합론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로서도 진퇴양난이다. 도와주려 해도 엄청난 적자 때문에 엄두가 안 서고 그렇다고 막대한 돈을 들인 유화업계를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현재 가동중인 국내유화업체는 25개사.
올해 경영전망은 더 나쁘다. 유화업계가 빈사 지경에 빠지게된 원인은 ▲불경기로 인한 내수의 침체 ▲유가상승에 따른 국내제품가격 급등 ▲일부 제품의 공급과잉 ▲선진국들의 덤핑수출공세 ▲취약한 재무구조 등 구조적인 것이라 손을 쓰려야 쓸 수도 없는 실정이다. 유화제품의 내수는 80년에 34%가 격감된 데 이어 81년에도 다시 10%가 줄었다. 유화제품의 내수비중은 40∼50%다.
내수용은 비교적 제값을 받지만 수출용은 값싸게 공급한다.
제값을 받는 내수가 적으니 물건을 팔아도 남지 않는 것은 뻔한 일이다.
거기다가 국내수요 부족으로 에틸렌·폴리프로필렌·폴리에틸렌 등은 공급과잉이어서 가동률이 절반도 안 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덤핑수출을 하고있다. 유화제품의 수입가격은 80년초이래 20∼30%가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유화업계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비싼데다가 이자부담이 많아 원가를 낮출 수가 없다.
수출용 원자재로 쓰는 유화제품은 수입가격보다 3%이상 비싸지 않는 한 국산제품을 쓰도록 되어있으나 국제시세가 워낙 싸 경쟁이 안 된다.
유화제품은 가격의 80ω%가 나프타 값이다.
국내 나프타가격은 지난 1년반 동안 2.2배 올라 t당 현재 3백30달러 정도인데 대만은 2백50달러선, 싱가포르는 3백10달러 선이다.
25개 유화업체의 재무구조도 나쁘다. 자기자본비율이 10∼20%선이고 10%미만도 5개사나 된다. 여천·울산단지의 총투자는 20억달러인데 이중 13억달러가 차관이다.
더구나 개발초기 단계에 「1개사1품목」으로 과도하게 분산시킨 탓으로 단지화·계열화의 이점은 의미가 없게 되었고 기업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 등 산유국에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계획을 세우고있어 개도국의 유화공업은 더욱 설 땅을 잃게 됐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면 원가가 엄청나게 싸기 때문이다.
만약 산유국들이 본격적으로 석유화학공업에 뛰어든다면 다른 나라는 경쟁을 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국내 유화업계는 고육지계로 정유·유화업계의 자본제휴, 또는 합병을 제시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번 돈을 유화업계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화제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 만약 신증설을 안 하면 자급율이 80년 67%에서 86년에는 55%로 떨어질 전망이다. 86년에는 25억달러 어치를 사다 써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 석유화학은 국제 상품인 만큼 소자본·소기업 경영시대는 지났다. 일본·서구선진국들은 유화공업에 메이저 등 석유재벌이 진출, 원료확보·기술개발·판매망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에너지정책도 석유화학의 열쇠에 해당한다. 유가체계상 나프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그렇다고 제품가격을 올려주자니 경공업제품수출의 수출경쟁력이 문제가 된다.
대만의 경우 일부 제품은 수입을 억제하고 원유도입가의 계속 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의 국제경쟁을 위해 나프타 유분가격은 계속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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