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전설 … '설계도'를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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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안도 다다오가 2002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세운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유리로 감싼 여섯 개의 직사각형 입방체로 이뤄진 미술관은 주변 자연환경을 포용한 ‘예술을 위한 숲’으로 설계됐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사진.64)가 한국에 온다. 2007년 제주 섭지코지에 설 휘닉스파크의 미술관과 전시관, 콘도의 기획 설계를 맡은 것을 계기로 14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관 3층 오디토리움에서 자신의 건축세계를 직접 말하는 강연회를 연다.

안도는 한국 건축계에 일종의 전설로 소개돼온 건축가다. 그를 둘러싼 첫 관심은 입지전적 이력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유럽.미국.아프리카.인도를 여행하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뒤 28세에 건축사무소를 열고 화제를 불러모은 주요 건축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무학인 그는 건축 명문인 예일.컬럼비아.하버드대학의 건축학부 교수를 지냈고 이제는 일종의 문명이론가로 세계의 도시와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은 그가 프로 권투선수 출신으로 세계 각지의 설계경기에 도전해 끊임없는 투쟁으로 이름을 날려왔다는 사실에 모아진다. 미국 텍사스주가 1996년에 연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을 위한 국제 설계경기 1등 당선을 비롯해 '건축은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설계경기를 치러왔다. 국내에도 소개된 저서 '연전연패'(까치)에서 그는 "설계 경기는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 즉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절호의 기회"라며 "싸우며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던지는 건축가만큼 '자신'을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은 달리 없다"고 말했다. 안도의 건축세계는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나뉜다. 완벽에 가까운 기하학 구사, 물.빛.바람.바다.나무 등 자연과의 호응,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에 대한 끈질긴 탐구다. 안도 스스로는 이러한 건축 요소가 일본 전통 목조건축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건축이 많은 말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용히 있으면서 빛과 바람의 모습을 한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 건축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건물이 설 곳, 즉 대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마음으로 화답하는 건축물을 짓고 있다. 02-527-9575.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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