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내 생각은…

3일자 '통신시장 특수성 외면한 과징금 부과'에 대한 반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시내전화사업자들 간의 요금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보통신부의 통신 규제와 중복으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거나, 심지어 아마추어적 규제 정책이라고까지 비판하는 소리가 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들의 경쟁 제한적 사업활동을 감시.규제함으로써 시장에서 자유롭고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행정기관이 개별 행정 목적으로 수행하는 규제와는 그 목적과 성질에서 별개다. 이 때문에 중복 규제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예컨대 개별 법령에 따라 요금이나 가격에 대해 행정 규제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자들끼리 모여 자신들 간의 시장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요금이나 가격을 담합한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유럽 등 공정거래법을 시행하는 국가에서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비대칭 규제는 통신시장의 '유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상 허용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가격 담합 사건에서처럼 사업자끼리 모여 요금 경쟁을 하지 말자거나, 자기의 시장점유율을 타 사업자에게 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내전화사업자들의 행위가 서로 간의 시장 경쟁을 제한해 이윤을 확대하겠다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었는지 면밀히 검토했고, 여러 가지 증거 자료에 의해 시정조치를 한 것이다. 이번 가격 담합의 본질은 가격 경쟁을 유발하는 번호이동성제도 시행을 앞두고 사업자끼리 상호 요금경쟁을 하지 말자고 한 것이다.

이러한 카르텔은 가격을 사업자가 직접 제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누려야 할 이익이 통신사업자로 이전돼 소비자 피해를 유발했다. 예컨대 이동전화시장에서 번호이동성제도의 시행이 약정할인요금 및 서비스 경쟁 활성화를 가져온 반면 시내전화시장에서는 KT의 요금은 그대로이고 하나로의 요금은 오히려 인상하는 기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 그 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통신 전문가 기준으로는 능률성.효과성.필요성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통신정책적 시각에 갇힌 편협한 의견이다. 과징금 부과는 그 기준에 따라 경쟁 제한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 9명의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부과된 준사법적 결정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통신정책적 시각에서 운운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법적 의미에 대한 무지와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어느 산업의 영역이든 사업자 간 카르텔은 시장경제의 제1의 공적으로 보고 이에 대한 시정 및 사전 예방에 모든 역량을 강화할 것이다.

김종선 공정거래위원회 단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