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장비업체도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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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은 없다'예리한 눈빛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만드는 국내 한 반도체장비업체 직원이 방금 생산된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를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최근국내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들의 해외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신인섭 기자]

국내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들의 수출이 활발하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산업의 발전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최근 경쟁력이 부쩍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수출로 활로 뚫는다=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1669억원 중 56%를 수출에서 올렸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기에는 수출 실적이 거의 없었으나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 지난해까지 미국.일본.대만.중국 등에 131대의 장치를 설치했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초로 8세대 LCD 패널 화학증착장비(PECV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8세대 LCD 패널 생산 계획을 밝힌 일본의 샤프를 겨냥한 것이다. 반도체 및 LCD 검사장치업체인 파이컴은 2002년 전체 매출액(172억원) 중 수출은 5.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628억원)의 35%를 수출에서 거두었다. 수출 대상국도 대만.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 일본까지 넓혔다.

◆국내 시장이 테스트 마켓=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한국 반도체 및 LCD 산업이 커졌기 때문이다. 활발한 시설 투자가 장비업체들의 활로를 뚫어주고, 기술력도 키워줬다.

반도체 애싱(웨이퍼에서 감광재를 제거하는 작업) 장비업체인 피에스케이는 대만 시장을 뚫으려다 번번이 막혔으나, 삼성전자에 납품한 실적을 강조함으로써 대만업체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 대만에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한 이 업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490억원 중 32%를 수출에서 달성했다. 국내 반도체.LCD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다 보니 한국 업체에 납품했다는 실적이 일종의 품질보증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제는 아직 많다=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AMAT(미국)나 TEL(일본) 등 세계적 업체에 비하면 아직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국내업체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던 주성엔지니어링은 AMAT 매출(84억달러)의 50분의 1 수준이다. 기술력도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의 국산화 등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차원의 종합 대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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