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들썩이는 평택 미군 임대주택 … 고수익 보장은 '희망사항' 일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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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최근 경기도 평택시 팽성에서 주한 미군 임대용 아파트 하나가 분양돼 큰 관심을 끌었다. 모델하우스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분양도 잘 된 것으로 알려진다. 설계를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 고(高)수익 임대를 책임진다는 마케팅 전략이 먹혀 들었다는 후문이다. 분양요원들은 옛 평수 개념으로 30평형대는 150만원, 40평형대는 200만원, 50평형대는 300만원 가량의 월 임대료가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군인과 군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주택수당은 계급과 가족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족이 있는 경우 육군은 157만~210만원, 군무원은 310~370만원 정도 된다. 군인에게는 전기료·연료비·공과금 명목으로 매달 1백 여만원이 별도로 지급되지만 군무원은 그런 비용이 주택수당에 포함돼 있다.

 분양업체 얘기대로 월세가 보장된다면 투자 수익률은 7% 정도. 은행 대출을 활용할 경우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현재로서는 월세가 그만큼 나올지 알 수 없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한다.

 평택에는 이 아파트외 10여개의 미군 렌탈용 주택들이 건설 중이다. 형태도 빌라·주거용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레지던스 등 다양하다. 다들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한다. 인터넷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광고성 기사들이 넘쳐난다.

 2016년부터 용산·의정부 일대의 미군들이 평택으로 속속 이전하게 돼 있어 세입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택업체들의 주장이다. 현재 8000여명인 팽성의 미군 관련 인구는 부대 이전 완료 후 7만~8만명으로 늘어나 주택부족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좋은 내용과 달리 임대주택 투자시장에는 변수도 존재한다.

 먼저 미군 이전작업이 2016년부터 시작되면 팽성을 비롯한 평택 주요지역에 임대주택 건설붐이 벌어질 게 뻔하다. 수많은 렌탈용 주택이 건설되면서 세입자 유치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집 평수를 키우고 내부 시설 고급화로 인한 투자비 증가로 수익률 하락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택 공급이 넘쳐날 경우 오래된 주택은 인기가 없어져 임대료를 낮춰야 할지 모른다. 현재도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주택은 공실이 생기고 있다 하니 주택이 넘쳐나면 기존 주택의 채산성은 더욱 나빠질 우려가 있다. 여기다가 임대관리 용역료가 월 임대료의 6~10% 수준이어서 수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또 염려되는 것은 근래들어 미군 배치 계획 수정설이 나돌고 있다는 점이다. 동두천 주둔군과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는 이전하지 않는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의회에서 미군 감축을 줄기차게 거론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따라서 평택의 임대주택 투자가치는 관련업체들이 주장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한·미 간의 미묘한 군사·외교적인 사안이 풀리지 않으면 시장 분위기는 좀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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