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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그 섬엔…] 4. 우리 땅, 우리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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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도 생태조사에서 가장 반가웠던 식물은 섬괴불나무였다. 1900년대 초 우리 식물 1000여 종에 이름을 붙이고 계통을 세운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는 섬괴불나무를 한국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 관목'으로 분류했다. 실제 섬괴불나무는 울릉도 바닷가에서 5~6m까지 자라는 식물이다.

81년 섬괴불나무 한 그루(15년생.1.8m)가 동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가보니 한 그루가 아니라 2.5m 정도로 자란 7~8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산기슭에 또 다른 군락이 있었다. 경사면에 있는 나무는 독도의 거센 바람을 피하기 위해 높이 자라지는 못하고 잔뜩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때마침 입도 시기가 개화기(5~6월)여서 섬괴불나무 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꽃은 흰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누런색으로 바뀐다. 가을엔 붉은색 열매를 맺는데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또한 울릉도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라는 십자화과 식물인 섬장대를 만난 것도 이번 조사의 즐거움이었다. 섬장대는 동도와 서도 경사면에서 자라고 있었다. 울릉도보다 발육이 더 좋아 뿌듯했다. 섬장대 또한 5~6월에 흰 꽃을 피운다.

2000년 조사 당시 10여 포기에 불과하던 토종 민들레가 동도의 서쪽 사면 넓은 지역에 터를 잡고 있었다.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 땅채송화, 갯까치수영, 술패랭이꽃, 도깨비쇠고비, 별꽃, 천문동, 갯괴불주머니, 큰개미자리, 해국, 왕해국, 갯사상자 등의 식물도 독도의 주인이었다. 서도 물골 사면에 대단위 군락을 이룬 왕호장은 2m까지 자라 있었다. 이 나무의 어린 줄기는 풍랑을 만나 대피한 어민들의 먹거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사람들의 출입으로 개갓냉이 등 귀화종이 유입되었지만 많은 토종 식물이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독도에 핀 해국
제주도, 울릉도 등 도서지방에 서식하는 해국이 독도에 피어있다.

갯괴불주머니
갯현호색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의 바닷가 모래땅에 자생한다.

울릉도 토종 섬장대
울릉도 토종식물. 독도의 비탈진 땅 위에서 흰 꽃을 피웠다.

한국 특산 섬괴불나무
섬괴불나무 꽃. 일본 식물학자가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한국특산식물로 지정했다.

참새 놀이터 해송
'독도 나무 심기'운동으로 등대 앞에 심었던 해송. 거친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죽어 섬참새의 놀이터가 됐다.

사철나무 군락
독도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룬 목본류 식물 사철나무. 동도 분화구 경사면을 뒤덮고 있다.

싹 틔운 천문동
천문동 새순이 돋아났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며 5~6월에 황색 꽃이 핀다.

토종 민들레
끈질긴 생명력의 토종 민들레가 가파른 절벽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독도에도 나비
어디서 날아왔을까? 작은멋쟁이나비가 섬장대 꽃에 앉아있다.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

*** 중앙일보·KT 공동 독도 환경탐사

◆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오윤식 박사(경상대), 권영수 박사(경희대), 장남원·신광식 수중사진가, 정영필 스킨스쿠버 다이버

◆ 사진부 신동연·안성식·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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