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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또 다른 '천송이 코트' 사태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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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

오랫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던 ‘액티브X’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액티브X는 강력한 보안이 필요했던 금융권에서 ‘가장 싸고 쉬운 기술적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천송이 코트’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금융 활성화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는 정보기술(IT)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국 시장에서 윈도 운영체제(OS)의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액티브X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로만 접속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MS 윈도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플랫폼 종속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 제2, 제3의 액티브X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은 개방된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가 개입해서 해당 플랫폼을 금지하거나 제약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통상마찰 같은 불필요한 국가간 갈등을 부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하나는 플랫폼 위에서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브라우저’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다양한 브라우저를 사용한다면 MS에 대한 기술 종속을 끊어버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다 웹브라우저 생태계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국내에는 이미 IE만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롬,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가 들어와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스윙 브라우저도 있다. 이런 브라우저의 사용을 권장하는 노력이 수반되면 결과적으로 액티브X 사례와 같은 기술 종속을 깨는 효과가 기대된다. 웹브라우저 생태계에서 ‘갈라파고스 코리아’라는 오명 피하려면 브라우저의 다양성에 대한 IT업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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