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대변인 '대졸 대통령' 발언 박 대표가 대신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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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9일 전여옥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한 참석자가 전 대변인에게 "대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하자 "(그 발언을) 나도 봤는데 발언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그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용을 보니 전 대변인이 학력지상주의를 내건 것도 아니고, 당 역시 학력지상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대학 나온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도 "대표가 사과까지 한 데 대해 대변인으로서 임무를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고의적으로 왜곡한 보도만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이 있다면 공인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력에 대한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꿈꿨고, 대통령도 학력 콤플렉스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앞으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며 일각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대표가 이례적으로 대변인을 대신해 사과한 데 대해 한 당직자는 "재.보선 압승, 당 지지율 제고, 외교 성과 등으로 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시도"라며 "대표로선 책임 있는 자세"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대졸 대통령'발언의 파문이 쉬 가라앉지 않자 며칠 전부터 직접 나서 사과할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표의 사과와 전 대변인의 거취는 별개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소장파 의원은 "박 대표를 사과까지 하게 한 전 대변인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해서 한나라당이 '엘리트 지상주의' 정당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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