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부탄가스 충전만으로 1.5볼트 전기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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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동전 크기의 고체산화형 연료전지와 이를 전등처럼 생긴 곳에 장착한 모습.

야외에서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 노트북 사용자들은 건전지가 다 닳지 않을까 일을 하면서도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화면 하단에 나타나 있는 건전지의 양 표시창으로 자꾸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멍가게 어느 곳에서나 살 수 있는 표준 건전지를 넣을 수 있는 전자제품은 그나마 다행이다. 오래지 않아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미국 남가주대 항공우주공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안정민씨가 칼텍공대.노스웨스트대와 공동으로 획기적인 연료전지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만드는 일종의 발전기다. 안씨의 연구 결과는 9일자 네이처지에 발표됐다. 안씨가 개발한 연료전지는 휴대용으로 라이터에 기름 넣듯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부탄이나 메탄가스를 충전하기만 하면 전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휴대용 연료전지의 실용화가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 시제품으로 만든 연료전지는 실제 1.5V의 전기를 만들어 MP3플레이어를 작동시켰다.

연료전지의 핵심은 부탄가스 등 연료를 분해하는 데 필요한 섭씨 500~600도의 고온을 연료전지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극에 산화 반응이 강하게 일어나 열이 생기도록 특수 촉매를 코팅해 그 같은 고열 발생이 가능하게 했다. 전극은 동전 크기만 하다.

전극을 이중으로 막을 씌운 뒤 부탄가스 등을 흘려보내면 전극에서는 연료가 분해되면서 수소가 만들어지고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전기가 발생한다.

부탄이나 메탄가스 등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이를 연료전지용 연료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은 외부에서 고열을 공급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부피도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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