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관계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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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행정부가 대만에 FX전투기를 판매하지 않기로 최종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미·중공관계는 수교후 최대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것으로 보인다.
체질적으로 반공·보수적인 「레이건」은 자신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서부의 항공기자본의 이해까지 고려하여 지난 12월까지만해도 FX 전투기 1백대를 대만에 파는 일을 강행할 뜻을 비치고 있었다.
대롱령후보시절의「레이건」은 미국과 대만의 복교까지 주장한 입장이었으니 최신식 전투기의 공급은 능히 해낼수 있을것으로 예상하여 워싱턴은 찬반시비에 휩쑬려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공은 작년 가을부터 미국에 대해서 대만에 전투기를 팔면 미·중공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하겠다는 경고를 거듭했다. 중공은 81년초 네덜란드가 대만에 잠수함을 판매한데 대한 보복으로 중공-네덜란드관계를 격하시킨 전례를 미국에 상기 시키는걸 잊지않았다.
작년10월 조자양중공수상이 칸쿤남북정상회담에서 「레이건」에게, 그리고 11월에는 황화외상이 워싱턴방문중에 미국관리들에게 대만에 대한 전투기판매의 전략적손실을 경고했다.
중공의 대미경고는 그러는사이 강도가 높아져 신화사통신은 지난 연말 미국과 소련 두나라를 묶어서 「패권경쟁을 하는 초강대국」이라고 비난을 하는데까지 이르렀다.
그런 분위기에서 조자양은 지난 12월 북한을 방문하는 동안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률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등소평체제하의 중공당국으로서는 대미경고·비난·위협을 통해서 미국이 FX전투기를 대만에 공급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었다.
소련제 MIG-23과 적수인 FX전투기를 1백대 정도나 대만이 공급받을 경우 중공내부의 실용주의반대세력들에게 등소평체제 공격의 구실을 줄 가능성을 무시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문제는 등소평일파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대미·일협력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보이는 등소평체제의 후퇴나 붕괴는 그동안 안정궤도에 오른 동북아시아정세를 다시 뒤흔들어놓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마저 없지않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 최후의 순간에 「레이건」은 자신의 이념적 입장이나 후원자들의 기업적이해를 지키기 보다는 미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이해쪽을 택했다.
「레이건」이 미·중공관계룰 파국으로부터 구제하고 결과적으로 「닉슨」행정부이래의 미·중공 협조노선을 계속하기로한 배경에는 폴란드사태에서 나타난 미·소대립의 악화와 최근 보도되고있는 미·중공군사협력의 추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FX전투기 판매문제는 「불가」로 일단락됐지만 9천7백만달러의 무기부품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이문제는 전루기판매를 포기하는 흥정에서 중공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공관계의 명암은 한반도에 바로 투영되게 마련이다. 우리는 두나라 관계가 악화보다는 협력노선으로 기우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이 중공서부 신강위구르 지역에 통신기지를 설치하고 요동우도의 대연을 7함대의기항기지로 삼는 교섭이 미·중공간에 성사되어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안전에 기여하는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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