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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래법, 현실과 너무 안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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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중고차 온라인 거래 관련 법규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당사자끼리 인터넷으로 직접 거래하는데도 '일정 규모의 전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죠."

중고차 인터넷 거래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중고차 문화협의회'를 추진하고 있는 대림대학의 김필수(자동차학과.44.사진) 교수 말이다.

그는 "부실한 온라인 거래 법 뿐 아니라 관련 용어도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중고차 거래는 공식적으로 1972년에 시작돼 외환위기 이후 크게 활성화됐다. 최근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신차 판매가 줄고 대신 중고차 거래가 느는 추세다. 올해 중고차 거래 규모를 보면 총 180만대로 신차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10조~13조원으로 추산된다.

김 교수는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같은 법규를 고쳐 달라고 지난 4월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는 온라인의 특성을 무시한 법규가 전자상거래를 위축시킨다고 보고 시설 기준을 없애는 방안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교수는 또 각종 사고로 수리한 '사고차'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거래 당사자간에 분쟁이 잦다고 지적했다. 범퍼.보닛(엔진룸 덮게) 또는 문짝만 교체해도 사고차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고차는 '교통사고나 그 밖의 재해로 인해 자동차의 용접한 부분(차체) 등에 결함이 발생하거나 수리한 경력이 있어 안전에 영향을 주는 차'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정의다. 엔진룸 좌우 덮게(펜더), 도어, 보닛, 트렁크 부분 등 나사로 고정한 부위의 단순 교환 및 도장은 사고차가 아니라 '단순 수리차'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어 "중고차의 가치를 객관적인 방법으로 평가하는 제도도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60년대부터 중고차 가치 분석을 위해 비영리단체인 자동차사정협회를 설립해 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중고차에 '카 체크시트'라는 보고서가 달려 있다. 차량의 사고 부위, 이에 따른 가치 평가, 감가상각 등의 정보가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것이다.

김교수는 "2002년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제정된 '성능점검기록부'가 현실과 동떨어져 도리어 시장의 혼란만 유발시킨다"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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