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귀환 미군 젠킨스 40년만에 어머니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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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40여 년 동안 각각 북한과 미국에서 헤어져 살아온 미국인 모자의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주한미군 복무 중 탈영한 뒤 월북했던 찰스 젠킨스(65)가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90대 모친과 상봉할 예정이라고 9일 보도했다.

젠킨스는 북한에 납치됐다 풀려난 일본인 아내와 함께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다.

젠킨스는 모친과 자주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3월 주일 미대사관에 여권을 신청해 최근 발급받았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며 여권 발급을 재촉했다. 주한미군 중사였던 젠킨스는 1965년 1월 근무지를 이탈해 월북했다. 베트남전쟁에 투입될 것을 겁내 휴전선을 넘어간 것이 40년 이산의 시작이었다.

북한에서 영화배우와 영어교사를 하면서 생활하던 그는 80년 일본인 여성을 만나 결혼, 딸 둘을 낳았다. 아내 소가(曾我) 히토미(45)는 70년대 북한 공작원에 납치돼 끌려가 일본어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에 의해 다시 바뀌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납치된 소가가 북한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북.일 교섭 결과 소가는 가족을 놔두고 먼저 일본으로 귀국했다.

젠킨스는 일본 정부의 거듭된 일본행 권유를 뿌리쳤다. 평양을 떠나는 순간 탈영죄로 미군 당국에 의해 처벌받게 될 것이란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사형 당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평양 잔류를 고집하던 그는 지난해 7월 아내와의 일시 상봉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갔다가 그 길로 일본으로 건너왔다.

이미 고인이 된 줄로만 알았던 노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으로 온 뒤 탈영 등 혐의로 기소돼 주일미군의 군사법정에서 금고 30일과 불명예제대란 관대한 처벌을 받았다.

젠킨스의 모친(91)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킨스의 미국행에는 아내 소가와 두 딸도 동행한다. 체류 기간은 일주일 예정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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