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 부양책에도 무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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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부가 8일 벤처 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또 내놓았지만 코스닥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지난해 말 이미 윤곽이 나온 것인데다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 달간 가파르게 오른 코스닥 지수가 숨 고르기를 할 때가 됐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혹해서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무덤덤한 시장=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46% 오르는데 그쳤다. 벤처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가질 수 있게 된 창업투자회사의 주가도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한솔창투는 10원(2.2%) 올랐고, 동원창투는 15원(0.9%) 오르는데 그쳤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로 전날 두 회사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지속적으로 힘을 받지는 못한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내수 부진 등으로 벤처업계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나쁜 재료는 아니지만 정책 발표가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창투사 지원 등은 발행 시장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유통 시장인 코스닥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며 "벤처 관련 대책이 나오면 내용에 관계없이 무조건 코스닥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벤처활성화 대책의 경우는 테마주 열풍과 맞물리면서 370선에 있던 코스닥 지수를 두 달만에 500선으로 밀어 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기업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수는 두 달여 만에 420선으로 추락했다.

◆ 코스닥 속도 조절 필요=지난달 18일까지 430선이던 코스닥 지수는 12거래일 만에 480선으로 올라섰다. 미국계 오펜하이머 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꾸준히 주식을 사면서 지수를 밀어올렸다. 또 지난주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8690억원에 달할 정도로 거래도 활발하다. 8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2조6484억원으로 거래소(2조4035억원)보다 많았다.

넘치는 시장 에너지가 470선대에 몰려있던 매물 부담을 가볍게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지수가 500선까지 다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 편차는 5%포인트 이내인데 최근 20일간 코스닥 시장 수익률은 거래소보다 7%포인트 높았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꼭지에 다다를 정도의 과열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또 개인들은 여전히 줄기세포.무선인터넷 등 테마주 중심의 매매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최근 지수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 외국인들은 내수 관련 대형주나 정보기술(IT) 부품.장비 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수가 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개인들은 엉뚱한 곳에서 헛발질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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