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용「학습관광」붐|고적·어린이공원 등 당일 혹은 숙박코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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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번쯤 아빠 엄마와 함께 출근을-.』이런 슬로건으로 각 관광 회사마다 겨울방학을 맞이해 집에서 지내고 있는 어린이들을 겨냥, 「어린이 학습관광」이란 이색관광을 실시하고 있어 학부모나 아동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린이 학습관광」은 마음껏 뛰어 놀면서 대자연속의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사적을 견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를 사귀며 협동심을 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종.
처음「어린이 학습관광」이 실시된 것은 78년. 그 이후 4, 5년이 지난 요즈음에는 13개정도의 관광회사가 실시하고 있다. 학습관광은 크게 당일관광과 숙박관광으로 구분된다. 당일관광코스는 ①용인자연농원코스(스케이트장∼사파리∼요술 집∼제트열차∼식물원∼만화영화관람) ②어린이대공원과학관∼남산타워∼KBS∼안보전시관∼국립과학관∼만화영화 ③강화코스(갑꽂돈대∼광섬보∼덕진 나루∼초진나루∼고려궁지∼삼광성∼전등사) 등으로 회비는 점심식사 포함, 1인당 4천9백원. 아침10시 출발, 오후5시 다시 서울에 돌아온다. 1박2일의 숙박코스는 경주일원의 고적답사코스로 석굴암∼불국사∼첨성대∼천마총∼박물관∼포석정∼안압지∼보문 관광 단지 등을 돌며 잠은 경주 유스호스텔에서 잔다. 1인당 비용 1만8천 원.
『방학을 했다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TV만 보고 있는 아이를 시골친척집에 보낼 처지도 아니고 해서 부모와 떨어져 혼자서 방학을 활용해 보라고 참여시켰습니다. 저와 함께 출근하면서 보냈는데 얼마나 신나 하고 즐거워하는지 부모로서 매우 흐뭇했어요.』
큰아들(명지국교 3년)을 시내학습관광에 보낸 어머니 고광옥씨(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5의256) 의 말이다.
근래 들어 부쩍 붐을 일고 있는 이러한 어린이 학습관광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추세와 주부역할의 확대로 자녀들과 함께 놀아 줄 부모의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학습관광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연령층은 5, 6세의 유치원아동부터 중학교 1. 2학년까지나 국민학교 3, 4학년생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개인별로 신청, 30∼40명씩 전혀 낯선 어린이들끼리 만나 한 팀이 되는 것이 상례였으나 요사이는 아파트단지별이나 학교별로 신청하는 경향이 눈에 두드러 진다고. 이에 대해 김종민씨(여행사근무)는『친한 또래들끼리 어울리면 어색하지 않게 지낼 수 있고 아파트나 학교근처에서 승·하차가 이루어져 교통편도 자유롭게 조정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치기차도 타고요, 사자·원숭이·호랑이·꿩·선인장 등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많이 봤어요. 점심엔 오무라이스를 먹고요. 집에 돌아가면 오늘 구경한 것 몽땅 그림일기를 쓸 거예요.』『이렇게 신나는 구경을 시켜 준 아빠 엄마가 고마 왔어요. 이제 부모말씀 잘 듣고 자연을 사랑하겠어요』,『텔레비전을 보면서 가끔 짜증도 부렸는데 막상 방송국에 가서 녹화하는 걸 보니 방송하는 게 그렇게 힘들고 복잡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지난 6일 하오5시 학습관광에서 금방 돌아온 서울 내 발산 국교 5학년 어린이들의 관광소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관광은 코스가 동-식물원·어린이과학관·만화영화관람·방송국견학·안보전시장·국립과학관 등에 집중되어 있어 어린이들에게 놀이와 학습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시켜 주느냐는 인솔자의 설명이나 지도가 크게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방학이면 늘 아이들에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많은 경험들을 해보라고 말해 줍니다. 수련장이나 교과서에서 읽는 지식보다 산 교육을 위해 방학을 이용, 시골 친척집에라도 다녀오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가 협조하면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직접 현장실습을 해 나가면 재미도 있고 협동심·모험심도 길러 줘 이롭고 오래 추억 속에 남게 됩니다.
그러나 관광의 경우 자칫 인솔자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방향으로만 아이들을 끌고 나가면 실습 효과는 기대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하루 동안에 구경한 과정을 서로 토의하고 하루의 이런 저런 행동들을 반성해서 결론을 내려보는 마무리작업이 마련된다면 성과 있는 학습여행이 될 것입니다.』 장영현 교사(서울 서 교 국민학교)의 지적이다.
아직은 값도 좀 비싸 중류층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학습관광은 국토방위의 최전선이나 생산현장·공사현장 등 보다 적극적인 학습코스의 변경과 안내자의 리드능력, 부모들의 사전주의사항 등만 보완된다면 어린이들이 방학을 선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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