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만주어가 사라져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청 제국을 일으켜 아시아에 군림한 바 있는 만주족이 현재 언어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에서 발행되는 한 중공 지는 최근 한민족과의 동화로 만주어에 능통한 사람은 열 손가락을 꼽기가 힘들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중공은 만주어보호정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타이어계통에 속하는 만주어의 자연소멸을 막기 위해서 최근 흑룡강성 쌍성 현에서는 2개월에 걸친 만주어강습회가 열렸다는 것. 북경을 비롯하여 흑룡강·길림·요령 3성의 언어학자 등 80여명이 이 강습회에서 만주어와 만주문학을 배웠다.
원래 명대(1368∼1644년)의 만주족은 석기나 토기로 만든 기구를 쓰던 반 수렵·반 농경의 낮은 문화수준의 민족이었다. 명 말에 이르러 여진족의 한 부족인 건주좌위 소속 수장「누르하치」가 독립하여 주변의 여진부족을 병합하면서 몽고문자를 채용하게 되었다.
이것만으로 만주어를 표기하는데는 불충분하였기 때문에 2대 태종(황태극)은 1632년 자모를 개량시켜 새로운 만주문자를 제정했다.
청조(1616∼l911년)가 한민족의 신해혁명으로 타도되기까지 대량의 한문학과 역사서가 만주어로 번역되고 기타 정부문서들도 만주어와 한문으로 동시에 씌어졌다.
그러나 현재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2백60만 만주족은 압도적 다수가 한민족으로 동화했다. 그들은 만주어로 얘기하는 것은 물론, 만주문자를 읽고 쓸 줄도 모른다.
다만 흑룡강성 흑하 지구에 사는 극소수의 만주족만이 만주어를 쓰고 있을 뿐, 그중 만주어문에 정통한 사람은 9명 정도이고 그것도 고령자들뿐이다.
현상대로라면 만주어는 지구상에서 소멸되고 말 전망. 따라서 현 시점에서 만주어와 만주문학에 정통한 고령자들을 교사로 하여 강습회를 개최한 것은 중공에서 소멸의 위기를 맞은 만주어를 보존하려는 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