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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적 대가 너무 커 북한 핵실험 가능성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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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하지는 못할 겁니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통인 돈 오버도퍼(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사진) 교수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이 최근 F-117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한 것은 평양에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신호지 결코 대북 선제 공격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대북 공격시 제2의 한국전 발발 등 미국이 치를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다룬 '두 개의 코리아(The Two Koreas)' 저자인 오버도퍼 교수는 9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3회 제주평화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 오버도퍼 교수는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 등 평양이 치러야 할 정치.경제적 대가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즉각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 대북 경제 봉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가동해 북한의 위조지폐와 마약 수출 차단을 통해 평양의 외화원(外貨源)을 차단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또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됐다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다뤄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핵 개발을 중도에 차단하는 것보다 이왕에 만든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힘든 법"이라며 "진솔한 북.미 협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4월 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비외교적 행태'라고 일침을 놓았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소련 지도자 개인을 공격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시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려면 "훌륭한 협상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부시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훈수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한국전에 미 육군 장교로 참전했으며 68~93년 워싱턴포스트 기자 시절 백악관 출입기자와 도쿄(東京)특파원을 거쳤고 수차례 방북한 바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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