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50홈런 … 박병호,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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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프로야구 넥센이 기록 잔치를 벌였다. 4번타자 박병호(28)와 에이스 밴헤켄(35)이 나란히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박병호는 14일 사직 롯데전 4회 초 세번째 타석에서 우중간 담장 상단을 맞히는 3루타를 날렸다. 언뜻 홈런으로도 보였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담장 위 철망을 맞고 나와 홈런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박병호는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서 진짜 홈런이 나왔다. 박병호는 5회 2사 2루에서 김사율의 커브를 받아쳐 관중석 좌중간에 떨어지는 아치를 그렸다. 박병호의 시즌 50번째 홈런. 앞선 타석에서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한 방이었다.

 박병호 이전에 시즌 50홈런을 친 사례는 세 번 뿐이다. 1999년 이승엽(38·삼성)이 54홈런을 쳤고, 이승엽과 심정수(39·은퇴)가 2003년 각각 56개, 53개를 쳤다. 박병호가 11년만에 50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감을 잡은 박병호는 8-1로 앞선 8회에도 이인복의 직구를 쳐 시즌 51호포를 터트렸다. 만년 유망주였던 박병호는 2012년 31개, 2013개 37개의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50홈런 고지까지 올라서며 대한민국 대표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는 5타점을 추가해 타점 부문에서도 121개로 테임즈(NC)와 함께 공동 1위가 됐다. 박병호는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아시안게임 이후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50홈런으로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 선발 밴헤켄도 아홉수를 깨트렸다. 그는 6이닝 7피안타 9탈삼진 1실점해 넥센의 12-4 승리를 이끌고 시즌 20승(5패)을 거뒀다. 1회 선제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회부터 집중력 있는 투구를 펼쳤다. 밴헤켄은 지난 2007년 22승을 거둔 리오스(두산) 이후 7년만에 20승 투수가 됐다. 역대 16번째이며 왼손투수로는 1995년 이상훈(LG·20승5패) 이후 19년만이다.

 밴헤켄은 2012년 11승, 2013년에는 12승을 올렸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 덕분이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조용한 모범생’으로 통하는 밴헤켄은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고 좋은 팀에서 뛸 수 있었기 때문에 20승을 달성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날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서건창은 5회 우전 안타를 쳐 200안타에 2개를 남겨뒀다. 강정호는 4회 이성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역대 13번째로 100득점-100타점을 기록했다.

 선두 삼성은 마산에서 NC에 1-2로 졌다. NC 이종욱이 1-1로 맞선 8회 말 2사 2루에서 1타점 3루타를 쳤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는 7이닝 4피안타 12탈삼진 1실점 호투하면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2관왕이 유력해졌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삼성이 패하고, 넥센이 이기면서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위한 매직넘버는 ‘1’을 유지했다. 넥센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잡고, 삼성이 모두 지면 1위가 바뀐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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