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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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
동트는 새벽빛이 네 이마에 부시누나
준엄한 위용 앞에 누구 아니 숙연하리
벼랑 끝 뿌리를 꽂은 푸른 솔을 보아라.
2
산악은 험할수록 절경을 이루는 법
무쇠는 달굴수록 날이 절로 서는 것을
하늘로 치 닿는 기상 예서 절로 솟나니.
3
겨우내 쌓인 눈이 흔적 없이 녹아 내려
골마다 고인 물이 노래처럼 울릴 제면
얼었던 흉금을 열고 봄을 흠뻑 맞으라.
4
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목숨들아
뼈를 깎던 세월 못 견딜 무엇 있나
새날에 받을 축복은 이미 촉을 텄 나니.
5
봄기운 기름처럼 기슭마다 번지거든
풀 뜯는 양떼모양 우리 다들 순한 이웃
비바람 언제 왔던가 씻은 듯이 가셔라.
6
세계의 곳곳으로 일손은 뻗쳤기로
피땀 흘린 자욱 자리마다 꽃필 제면
시련은 머나먼 추억 딛고 일어설 것을.
7
대청봉 깎아지른 아스라한 정상에도
자일만 든든하면 못 오를 장벽 없네
장할 사 등반의 대열 함께 넘자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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