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꿈」이 사직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깨끗한 사무실,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복을 입고 일본권업은행서울지점 행원으로 입사한지5년.
76년 봄 여고를 졸업하고 모두들 어려워하던 일본 은행문을학교추전으로 거뜬히 들어간후 신데렐라처럼 뻐기던것이 엊그제 같은데 사표를 내고 굳은 표정으로 은행창구를 지키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그무엇이 즐겁던 직장생활을 파국으로 몰아넣었을까. 일본인들의 막연한 우월감이나 한국인은행원들의 상대적인 열등감때문인가.
시중은행 같은 또래 행원들보다 몇푼이라도 더 받는데 늘 가슴이 답답하고 언짢은것은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혔기 때문일것이다.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자조적인 표현일는지 모르지만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외국인업채가 바로 이「빛좋은 개살구」일지도 모른다.
그들은「이코노믹 에니멀」로서의 근성을 서서히 드러내기시작했고 입사첫해엔 본점의 자금사정을 이유로 가을야유회를 취소해버렸다.
그 다음해 은행측은 휴게실에 설치된 무료음료수·코피공급시설까지를 없애버렸다. 여직원들이 얌체같이 입을 오무리고 콜짝콜짝 코피만 마신다는 이유로….
만약 한국은행 동경지사에서 일하는 일본인직원들이 이같은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이를 감수하고 그대로 있겠는가.
노사분규는 고용주와 종업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않고 서로를 믿지않는데서 빚어진다.
일본인은행에서 부장·과장으로 승진한 간부들에게 한국인이라는이유만으로 5백만원이상 대출권을 제한하는 불신초치는 어떤 이유로도 설득 될수 없는 것이리라.
또 일본인 은행원 5명의 봉급이 한국인 종업원 34명의 월급보다 많다는 차별대우가 소속감을 불러일으킬수 없게하는것이다.
일본은행측은 자칫 상하기 쉬운 한국인종업원들의 감정의 갈등을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조치로 파국을 헤쳐나갈것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