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반항아, '대단한 가족'을 만났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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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비 날다
스테퍼니 S. 톨런 지음, 신상호 옮김
동산사, 228쪽, 8000원

표지 디자인, 인쇄 상태 등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반짝이는 내용을 품고 있다. 보안관에게 대마초를 권했다가 부모가 붙들려갔고(그래서 사실상 고아 상태이고), 본인은 학교에 불을 지를만큼 반항적인 열네 살 소년 제이크. 소년원으로 '끌려 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애플화이트 가족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슬기터 창작학교에 맡겨진다. 애플화이트 가족의 면면은 거창하다. 제이크와 동갑인 여자아이 이디의 어머니 시빌 제임슨(필명)은 이름난 추리소설 작가이고, 아버지 랜돌프 애플화이트는 유명한 연극 연출가다. 작은 아버지 아치와 할아버지 제데디아는 전시회까지 여는 가구 제작공이고, 작은 어머니 루실은 시인이다.

소설은 거칠기만 하던 소년 제이크가 거의 방임형에 가까운 애플화이트 가문의 독특한 교육 환경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전한다. 원제는 '애플화이트 집안에서 살아남기(Surviving the Applewhite)'. 인물 묘사가 생생하고, 배꼽 쥘 만큼 웃기는 장면이 꼬리를 문다. 고민 없는 낙관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시트콤 같은 냄새도 나지만 유쾌하고 감동적인, 잘 빠진 이야기 한 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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