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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 읽기] '남북 분단'의 중국문화 헤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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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중국 북부 복건성의 대표적 민간 주거 양식인 토루(上)와 강남 소주의 수로와 민가.

중국의 문화지리를 읽는다
후자오량 지음, 김태성 옮김, 552쪽, 2만원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상인을 만났다고 치자. 그의 중국 경험이 많은지 적은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의 말 중에서 '중국 시장' 운운이 반복되면 '좀 더 경험을 쌓아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중국과 오래 거래한 이들은 '광동(廣東) 시장' 또는 '동북(東北) 시장' 등 보통 중국의 지역을 세분해 말한다. 워낙 방대한 곳이다 보니 '중국 시장'이라고 하나로 싸잡아 이야기 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후자오량(胡兆量) 베이징대학 교수가 쓴 이 책은 바로 이같은 '지대물박(地大物博)' 중국 땅으로의 안내다. '문화지리'라는 말에서 보듯 중국 각 지역의 문화를 지리적 환경과의 관련해서 파악한다.

그는 '남북'에 걸친 커다란 차이에 주목해 과감한 이분법을 택했다. 남북을 가르는 분계선으로는 친링(秦嶺) 산맥과 화이허(淮河)를 꼽고는 기온 강수량 등 확연히 다른 자연 환경에 따라 남북 문화차이도 뚜렷하다고 한다. '남방 무술은 손을 많이 쓴다. 북방은 다리를 주로 쓴다''남방엔 사기꾼 같은 지능형 범죄가 많다. 북방엔 폭력형 범죄가 많다''남방의 주식은 쌀이고 북방은 밀이다' 등등. 중국인의 체질은 물론 종교.회화.문학.음식.건축 등 중국 다방면의 문화를 각기 다른 지리적 환경을 배경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재의 지역 차이'를 소개한 장에서 수(隋) 나라부터 청(淸)까지 1318년 간 시행된 과거 제도에서 각 지역이 배출한 장원(壯元) 통계가 눈길을 끈다. 청대에 117명의 장원 중 70명을 낸 장쑤(江蘇).저장(浙江) 두 성(省)의 성적이 현대의 상하이방(上海幇) 약진과 함께 클로즈업 되는 것이다. 반면 도연명(陶淵明)과 구양수(鷗陽修) 등 중국 문단의 거성을 배출했던 장시(江西)성이 근세 들어 몰락한 것은 대조적이다.

지은이는 '교통로 이전에 따른 경제적 쇠퇴'를 그 이유로 꼽았다. 바로 이같은 분석이 여느 중국 엿보기 식의 책과 다른 점이다. 그는 서문에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서울 등 세 도시 간의 지리적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셋 모두 직선 거리가 1000Km 정도이고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으며 세 도시의 끼인 각이 60도로서 완벽한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골든 트라이앵글'로의 성장 가능성을 지적한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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