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자 부담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의 물가안정정책과 공공요금인상의 강행에는 누구나 모순을 느끼게 된다. 물가안정기반의 구축을 위해 정부·기업·가계및 근로자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는 정부가 공공요금만은 성역으로 남겨두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공공요금은 아닐지 모르지만 정부보유미 방출가격이 10% 오를 예정으로 있고, 철도요금의 추가인상 가능성이 있는가하면 지방관서는 또 그들대로 오물수거료등을 인상하고 있다.
농수산물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품가격의 안정화 기미가 보이는 중에 유독 공공요금이 올라서 공공·서비스요금이 물가상승을 선도한다는 종래의 패턴을 되풀이하는 현상에 당혹하지 않을수 없다.
그런중에 물가당국은 공기업도 경영합리화로 원가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하겠지만 그래도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그것을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그들에게 요금인상요인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수익자부담원칙의 환상이다.
수익자가 받은 이익만큼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론처럼 여기기 쉬우나 거기에는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수익자가 부담하라는 윤리대로라면 어떠한 가공품이라도 얼마든지 값을 올려도 좋다는 얘기와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값을 올렸다해도 그것은 그 상품을 사는 사람의 부담증가일뿐, 사지않는 사람에게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종 상품의 가격인상을 방치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한다는 사실에 있다.
특히 모든 국민이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어 국민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공공요금에 있어서는 가격인상이 수익자부담증가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물가체계에 광범위한 상승요인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전기·철도·체신·수도등과 연관을 맺지않고 생활하는 국민이 어느정도라고 할수 있겠는가.
수익자부담이란 공공투자로 현저한 재산상의 수익이 있을 때 그 일부분을 투자보상으로 내놓는 것이 공공요금을 국민부담증가로 돌리는 것과 다른 것이다.
수익자부담증가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을 촉발하여 국민경제 전반에 피해를 주는 공공요금인상은 가능한한 삼가야할 일이다.
또 정부는 적자요인을 안고 넘어가 재정적자폭을 확대하고 그에따라 통화가 증발되면 물가상승을 결과한다고 설명한다.
가격의 하향경직성은 공공요금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공공요금을 먼저 인상하여 물가상승을 가져오면 결국 공기업도 원가상승압력을 받게되며 그 다음은 재정적자의 축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게된다.
설사 재정적자가 줄어들었거나 흑자를 낸다해도 공공요금의 인하로 연결되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따라서 공공요금은 국민생활에서 필수적인 지출부문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최후의 물가억제 무기임을 인식해야한다.
필요할 땐 인상한다는 공공요금의 속성이 정착된다면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위에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물가안정노력에의 국민적 협력도 설득력이 약해진다.
공공요금의 안정이 물가안정의 선행조건임을 다시금 명심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