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동이 버무려진 영화 ② 딸 부잣집에 다인종 사위들이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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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저택에서 한가로운 노년을 보내는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마리(챈털 로비)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부부다. 딱 하나 고민이 있는데, 바로 딸들의 결혼이다. 네 딸 중 셋째까지 차례로 결혼식을 올렸건만, 부부는 그때마다 반쯤은 울상을 지었다. 첫째 이사벨(프레데릭 벨)은 아랍인과, 둘째 오딜(줄리아 피아톤)은 유대인과, 셋째 세고렌(에밀리 카엥)은 중국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매번 승낙 하기는 했어도 부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다른 인종끼리 결혼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일단 아버지 클로드는 프랑스 혈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드골주의자이고, 어머니 마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게다가 세 사위는 만나기만 하면 서로의 문화를 물어뜯으며 말싸움을 일삼는다. 여기에 클로드까지 가세해 “난 네 딸 중 자그마치 셋이나 이민자에게 줬는데, 너희들은 프랑스에 해 준 게 뭐야!”라고 소리친다. 이러니 온 가족이 모여 단란하게 밥 한 끼 먹기도 쉽지 않다.

프랑스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 가족으로 어울리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서로의 관습과 인식이 충돌하는 데서 웃음이 터진다. 상황마다 빠르게 이어지는 대화의 묘미도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둘째네 부부 아이의 유대식 할례 의식을 치른 뒤에는 할례에 관한 모난 대화가 오간다. 장인 클로드가 남자 아기의 성기 끄트머리를 자르는 할례가 야만적이라고 공격하자, 유대인 사위는 “한 살짜리 아기는 신경이 없어 괜찮다”고 응수하며 “이슬람에서는 여섯 살에 한다”며 아랍인 동서를 자극한다. 이밖에도 각 문화권에 대한 익숙한 편견이 총출동 하다시피 등장한다. 둘째 사위를 두고 클로드가 “유태인은 악착같이 돈을 잘 버는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니었다”고 흉을 보는 식이다. 막내딸 로라(엘로디 퐁탕)마저 아프리카 출신인 샤를(눔 디아와라)을 결혼 상대라고 데려오자, 심통 난 클로드가 내뱉는 말도 압권이다. “자네까지 오면 완전 베네통 패밀리구먼.” 여러 인종을 등장시켜 갈등 극복 메시지를 표현한 패션 브랜드 베네통의 광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대사들이 극 중에 난무하지만, 결코 불편하게 들리진 않는다. 그보다는 이들의 싸움을 관전하며 낄낄대는 재미가 일품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인종과 그 문화를 바라보는 이 영화의 시선에 있다. 어느 한편에서 특정 문화권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들이 충돌하는 모습 자체를 희화화 한다. 이 유연한 연출은 감독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내 형은 북아프리카 여성과 결혼했고, 난 아프리카 태생 여성과 동거한다. 네 번의 국제 결혼을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의 삶이 어떨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됐다.” 프랑스 전체 커플 다섯 중 하나는 서로 국적이나 종교가 다르다. 이 영화가 올 상반기 프랑스 최고 흥행작이 될 만큼 많은 관객의 공감을 산 배경이다. 4월 프랑스 개봉 당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 마크 웹 감독)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무려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위들 그리고 새로운 사돈까지 한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특히 어머니 마리는 눈물겨운 노력을 들인다.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 때는 세 사위의 입맛을 고려해 각자 다르게 요리한 칠면조 세 마리를 준비한다. 막내 로라와 샤를의 결혼 소식에 심한 우울증까지 겪는 마리이지만, 자신의 편견을 이겨내려 각고의 노력을 한다. 문화와 관습은 달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그 모습이 뭉클하다.

글= 김나현 매거진M 기자

이런 관객에게 추천! 토크쇼 ‘비정상회담’(jtbc)을 재미있게 봤거나, 다른 문화권의 배우자를 꿈꿔본 남녀에게 추천. 문화 충돌의 생생한 현장 학습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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