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래의 과학-어떤 분야가 유망할까”|이·공계 지망생들을 위한 가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학년이 바뀌는 시기를 앞두고 이공계를 지망하거나 재학중인 학생들에게는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어려운 문제에 부닥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1학년을 계열별로 모집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면서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또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게되는 고등학교3학년의 이과반 학생들도 적성·능력에 따라 공과·이과·의과등 일생을 결정할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의 또 다른 고민은 앞으로 4,5년 뒤 더 나아가 10년, 20년 뒤 어떤 분야가 유망할 것이며 고급두뇌의 수요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과학기술분야에서는 어떠한 부분이 기술발전을 주도해 갈 것인지, 인력수급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전망해본다.

<앞으로의 과학>
바람직한 것은 아닐지라도 국내외적으로 과학분야는 유행 비슷한 학문적 흐름이 있어왔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과정이라든가 정부의 투자정책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때 외국과는 시차는 갖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세전자공학)와 생명공학은 전도가 밝은 분야로 들고있다.
한국과학기술원장 (KAIST) 이주천박사는『부가가치가 높고 고도의 두뇌가 필요한 각종집적회로의 개발과 응용분야, 소위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가 국내 실정에 맞아 활기를 필 것이다.
우리의 가장 약점분야인 전자재료·금속등 특수소재분야도 꾸준히 인력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쪽은 대단한 인력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과학평론가 현원보씨는『미일은 이미 생명공학 특히 유전공학분야에 불이 붙었다. 미국은 86년까지 2만명의 생명공학과학자들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당한 연구기금도 확보하고 있다. 미MIT대학만 하더라도 1억2천만달러의 자금으로 생명공학센터를 설립중이다.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라 한동안 소홀했던 농과대학도 활기를 띠고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농업의 혁신이 생명공학을 통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진국의 인력수요패턴은 5∼10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에 파급될 것으로 보고있다.
과학기술처 인력계획관 김성철씨는 국내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전망한다.
『전자·원자력부문은 90년대까지 지속적인 인력수요가 있다. 5,6차 중화학계획에도 전자·기계·원자력·정밀화학등이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인력수요가 집중될 것이다. 90년대가 돼야 유전공학·재료공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기초과학분야는 투자·인력등이 부족한 형편이나 투자할 여력이 없다.』
전문가들이 90년대에 물리·화학·소재등 기초과학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국내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새로운 과학기술발전이 힘들다고 보는 때문이다.

<자연계>
앞으로 당분간은 학문과 학문을 연결시키고 종합하는 분야의 연구가 많을 것 같다.
서울대 장회선교수(자연과학종합연구소 물리학연구부장)는『물리학과 생리학의 통합연구, 천체물리학등에 새로운 현상이 많이 나타나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 있다』며 『오랫동안의 중요성에 비해 관심이 적었던 생명과학에 인력이 많이 쏠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자연계에서는 생명과학과 관련된 기초과학분야가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 크다. 따라서 생물·생화학등에 투자와 인력 수요가 증가될 것이다.
물질의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소립자·고체물리등의 분야도 자연계에서는 떼놓을 수 없다.
다만 자연계의 학문은 어떤 흐름이나 전망보다는 학자적 탐구욕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연계는 자신의 적성·흥미에 맞춰 학과가 선택되어야 학문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특성을 갖고있다.

<공학계>
공학계의 전망은 정부의 투자계획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확정한 5차5개년 계획(82∼86년)에 따른 집중개발분야는 ▲반도체·컴퓨터▲정밀
화학▲기계기술▲에너지기술▲시스팀산업등이다.
이 분야는 90년까지는 지속적인 투자가 예상되며 그에 따라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될 것이다.
과학기술원 학사담당 부원장 박송배교수도 『자동제어 및 생산과 관련된 정밀기계분야가 특히 주목을 받을 것이며 컴퓨터분야의 고급인력수요는 대단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분야는 현재도 인력이 부족해 각 기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선진국에서 각광을 받는 우주항공분야는 당분간 국내에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우나 국방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인력수요가 예상된다.

<의과계>
고3생이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면 7년후가 된다. 서울대병원 기획관리실장 신영수박사는 앞으로의 의사는 다른 분야에 비해 존경받고 안정된 수입을 갖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이유는 정부계획에 의하면 90년부터 전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되어있어 의사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국민의료보험이 완벽한 선진국은 인구5백명당 1명의 의사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2천명당 1명이어서 인구증가까지 감안한다면 4배 이상의 의사가 필요하게 된다.
의사의 수요는 많아지겠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므로 의료보험이 확대될수록 국가적인 관리가 강화되리라는 것이 신박사의 견해다.
따라서 현재도 그렇지만 의술을 통해 큰 수입을 얻는다는등의 생각은 완전히 배제되고 인술과 사명감등이 좀 더 강조되리라고 내다본다.
신박사는 의학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의학공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의과지망생은 학문에 대한 고생을 감내할 정신과 이를 뒷받침할 육체적인 건강이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장재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