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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해결 툭하면 '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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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원 해결을 위해 정부 투자기관장을 협박하는가 하며 자치단체 고위 공직자를 장시간 감금한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 또는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최근 자주 발생하자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방사성 핵폐기물 관리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한국수력원자력 최양우(崔洋祐.60) 사장은 매립 후보지 중 한곳인 경북 울진의 한 호텔방에서 주민 대표들에게 협박당한 뒤 그들이 요구하는 각서를 써줬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기옥(金基玉.59)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 문제로 유가족과 승강이를 벌이다 희생자대책위 사무실에 8시간 동안 감금됐다. 金부시장은 탈진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한밤 숙소를 찾아가 '각서'받아=경북 울진경찰서는 울진 핵폐기장 건립 반대투쟁위원회 소속 주모(37).전모(40)씨 등이 지난 26일 오전 2시쯤 경북 울진군 D호텔에 투숙 중이던 최양우 사장을 찾아가 협박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崔사장은 경찰에서 "주씨 등이 호텔방으로 들어와 예리한 물건으로 옆구리를 여러번 찌르면서 '울진에 폐기물 처리장을 건립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당초 약속이 지켜지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취지의 각서 작성을 요구해 써줬다"고 진술했다.

崔사장은 또 "위협적인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崔사장은 "주씨 등이 회사직원인 줄 알고 문을 열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 등은 "신분을 밝힌 뒤 면담하러 왔다고 말하니까 문을 열어줬다. 정중하게 (각서 쓸 것을) 요구하자 자발적으로 써줬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이 부시장 감금=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일부가 26일 낮 12시쯤 김기옥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대구시민회관 별관 희생자 대책위 사무실로 데려가 8시간 가량 감금했다.

현장에 있던 대구시의 한 공무원은 "기획관리실장이 金부시장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유가족들은 '시장을 데려오라'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金부시장은 40여명의 유족이 시민회관 별관에 있는 분향소를 대강당으로 옮겨 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자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金부시장은 감금 도중 얼굴색이 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오후 8시30분쯤 119 구급대 편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金부시장이 사무실을 찾아 분향소 건립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건강이 나빠져 병원으로 옮겼을 뿐 감금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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