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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 짜리 오리 띄우죠, 갑갑한 세상 힐링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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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5월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 ‘러버덕’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을 만든 공공미술가 호프만은 “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호프만 스튜디오]
호프만

오는 14일부터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는 무게 1t의 ‘거대 오리’가 한 달 동안 머물 예정이다. ‘러버덕(Rubber Duck)’이라고 불리는 이 오리는 가로 26m, 세로 20m, 높이 16m 크기의 설치 미술작품이다.

 웬만한 유람선 크기와 맞먹는 러버덕은 2007년 네덜란드 공공미술가인 플로렌테인 호프만(37)에 의해 탄생했다. 공기를 주입해서 만든 이 작품은 2007년부터 시드니·상파울루·암스테르담 등 14개 도시의 항구와 호수에 전시됐다.

 지난해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선 한 달간 800만 명이, 지난 4월 대만 가오슝에선 5일간 50만 명의 시민이 러버덕을 보기 위해 몰렸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중국에는 ‘짝퉁’ 러버덕이 생겨났고, 홍콩 전시 중엔 바람이 빠져 찌그러지는 바람에 보수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물고 있는 호프만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러버덕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을 찾다 서울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도나 국경 없이 사람들을 치유해 세계의 긴장을 해소하고 싶다”는 게 러버덕의 처음 작품 의도였다.

 호프만은 러버덕 외에도 ‘지구촌과 즐거움을 함께(Spreading joy around the world)’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러 동물을 세계 각지의 공공장소에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오리·토끼·하마 등을 실물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로 작품화해 공공장소에 설치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동물을 주요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장난감과 인형들을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해석해 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내 대부분의 작품은 야외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일에 방한하는 호프만은 서울 시민들과 만나 러버덕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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