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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기업 경영 비교한 건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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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학법인 연합회 조남현 정책위원은 본인의 5월 17일자 '사립학교법 개정은 이를수록 좋다 '에 대한 5월 20일 반론에서 '법 개정을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투적 주장만 있을 뿐 개정을 반대하는 논리적 반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어떤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때는 전체적인 내용을 잘 이해하고 파악한 다음 반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일자 반론을 볼 때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채' 마음에 안 드는 몇 개의 문장만 트집 잡아 반론을 제기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필자 역시 사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사학이 우리나라 교육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폄훼(貶毁)하거나 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1963년 '사립학교법'이 제정된 이래 그동안 20여 차례에 거쳐 개정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 문제가 지금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사학들의 외형적 기여도나 공로에도 불구하고 사학 재단들이 홀로 서기만을 고집하며 제 역할을 게을리했거나 등한시한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정부나 유관 기관에서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20일자 글을 보면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학의 경영을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집단 운영체제로 바꾸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기업 경영과 사회주의의 집단농장의 예를 들어 사학법 개정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은 사학은 일반 기업처럼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한 수익 재단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배출하는 육영사업이란 것이다. 따라서 사학 재단의 경영은 일반 기업 경영과는 다른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또한 사회주의 집단농장 몰락 사례의 예는 적절치 않다.

특히 '족벌체제라고 해도 집단 운영체제'보다 낫다고 하면서 삼성전자를 예로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사학은 아들.딸.사위.며느리 등을 학교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는, 말 그대로 '개인 왕국'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장과 교원 임면권, 학교 인사위원 등의 비민주적인 선출이나 형식적 운영, 학교 예산편성과 운영 등 거의 대부분의 권한을 독점하고 각종 비리를 양산하면서 황폐화시켜 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우리나라에 기업이 삼성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남현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다른 대부분의 재벌 기업은 왜 삼성전자처럼 '황제 경영'을 마다하고 노조를 허용하고 경영과 소유를 분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을 집단 운영체제로 바꾸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동안의 사학 경영에서 나타난 비민주적인 최소한의 문제점을 개선, 보다 투명하며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보한 사학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 건전한 사학의 경우 사립학교법이 어떻게 개정되든 문제될 것이 없다. 일부 사학의 경우 여느 이익집단과 마찬가지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제 사학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