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로부터 감사패 받은 파리외방전교회 원장 퀴니 신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150년 전 조선 땅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의 파리외방전교회는 충북 제천 배론에서 신부 양성 교육을 했어요. 박해 때문에 몰래 숨어서 했지요. 그때 신학교 이름을 '성요셉신학교'라고 했는데, 그 학교가 뿌리인 가톨릭대학교가 올해로 150년을 맞으니 더 없이 기쁩니다."

25일 개교 150주년을 맞은 가톨릭대 기념식에서 한국 천주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파리외방전교회 원장 장 미셸 퀴니(75) 신부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옛 인연을 한국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성요셉신학교 설립은 1831년부터 조선에 진출해 있던 메스트로 신부 등 15명의 선교 신부 일행이 맡았다.

"해외선교를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 가톨릭 기구인 파리외방전교회는 순교대학으로 불렸지요. 조선에서 활동한 총 170명 신부님 중에서 25명이 순교했고, 이후 시성된 한국의 103위 성인 중에 10명이 포함됐거든요. 본래 우리 전교회의 기본 정신은 그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라는 것인데, 그것이 한국 천주교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것일까요?"

퀴니 신부는 1956년부터 7년간 한국에서 생활했다. 당시 가톨릭대는 배론에서 강원도 원주를 거쳐 서울 용산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퀴니 신부는 주로 용산 성당과 충남 공주 등에서 본당 신부 생활을 했다. 그런 그는 한국말이 서툴지 않다.

"다행히 제가 파리로 돌아간 다음에 한국 신부님들이 프랑스로 유학을 많이 오셔서 우리 집에 묵었거든요. 그 때마다 한국말 연습하고, 녹음해서 들으며 공부를 좀 했습니다."

퀴니 신부는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의 천주교 상황이 바뀌어 한국의 신부님들이 프랑스 교회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런 협조 관계는 매우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