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제너럴리스트라 칭하는 강태훈의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궁리)은 과학 글쓰기 면에서 신선한 한줄기 바람과도 같다.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턴트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고 무기발달사, 남미 고대 문명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저자는 자신을 전문가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설명하려들지 않는다. 그는 단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다루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버니버 부시와 그가 제기한 하이퍼텍스트의 원조인 메멕스가 될 수도 있고 하이퍼 텍스트의 실질적인 창시자이자 마우스를 발명한 더글라스 엥글바트 이야기가 주제라고 해도 괜찮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클릭'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 동시에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상징(icon)이 된 행위에 얽혀드는 숱한 이야기들을 짜모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자체가 하이퍼텍스트이다.
이 책은 종전 직후 엥글바트가 필리핀의 섬에서 우연히 부시가 라이프 잡지에 쓴 글을 읽는 장면에서 시작되고, 테드 넬슨이 하이퍼 텍스트의 기술적 문제 중 하나로 여러 개의 판본을 유지시키는 버저닝을 착상하게 된 것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당시 무대였던 미국의 상황을 소개하기 위해 1969년의 우드스톡 록 콘서트 이야기가 여러 쪽에 걸쳐 실감나게 묘사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어떤 사람들은 "혹시 이 책이 괴짜들의 신변잡기를 들추어내느라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건성 넘어가는게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답은 '아니다'이다.
이 책의 기술적 서술은 매우 진지하다. 단지 그것들이 다른 이야기들과 같은 수위로 담담하게 서술될 뿐이다. 따라서 읽는 이들은 편안하게 기술적 문제들을 접하거나 아니면 뛰어넘을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이런 내용을 뛰어넘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술적 문제만 골라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내용 중 일부를 부담없이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이나 기술이라는 주제가 학자나 전문적인 저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새로운 세대의 과학 글쓰기인 셈이다.
그것은 한 주제에 여러 판본이 있는 하이퍼텍스트와도 상통하지 않을까?
과학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