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모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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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처음엔 가짜 반지들을 모았어요. 지금까지 15년째니까 퍽 오래 된 편이지요. 지금은 그 가짜 반지들을 하나씩 진짜로 바꾸어나가는 중이에요. 시작할 때는 취미였는데 이젠 재산으로도 퍽 가치있게 되었죠. 』
텔레비젼 드라머에서 밉지 않은 수다를 떠는 자그마한 체구의 중년 탤런트 전원주씨(43)의 말이다. 전씨는 성우 출신 탤런트.
결혼초 남편으로부터 반지하나 제대로 선물 받지 못한 것을 보상키 위해 가짜반지를 모으기 시작했단다. 그것이 점차 수가 늘어가면서 반지에 정이 들기 시작했고 또 하나 하나의 의미를 주고 받을 수 있게끔 되었다는 것이다.
전씨가 가짜반지와 패물에서 진짜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한 것은 60년대초반, 성우에서 탤런트로 자신의 직종을 바꾸면서부터.
탤런트는 많은 장신구가 필요한데 TBC탤런트 시절 연속극 『휘청거리는 오후』 에서 전씨가 맡은 역은「마담·뚜」라는 중매장이. 사치와 허영에 들뜬 중매장이 마담뚜는 매일 반지를 바꿔 끼고 나가야 되었다고. 그때 전씨가 모은 가짜 반지들은 제구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의 동료나 후배 탤런트들이 전씨를 놀리기 시작.
『언니쯤 되었으면 진짜를 사 껴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에 전씨는 그때부터 30여개의 가짜를 진짜로 바꾸기로 작정했고 이 때문에 출연료를 반지 사모으기에 다 써버렸다.
『처음에는 싼 보석부터 사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점점 루비·비취·호안석·사파이어·상아·칠보·수정점등의 반지를 모으면서 그 보석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해서 전씨가 모은 진짜 보석반지는 지금 30여개가 된다. 가짜까지 합하면 그 갑절.
그 중에서 전씨가 가장 아끼는 것은 사파이어반지. 69년 미국 여행중 하와이에서 산 사파이어반지는 별로 값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정이 간단다.
전씨는 반지를 모으려는 초보자들을 위해 절대로 비싼것부터 하지말라고 충고한다.
이유는 구입할 때 속기 쉽고 또 취미는 비싸고 싸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이한 형태와 마음에 드는 빚깔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씨는 반지 모으기가 여자들의 호기심이나 허영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간혹 오해받기 쉬운 취미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그러한 우려를 경계해 주는 구실을 해 준다고 적극 권장한다.
전씨가 지적하는 것은 투자가치. 보석은 일반 어떤 투자보다도 수익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여전히 출연료 중 일부를 자신의 취미와 투자를 위해 반지구입에 투입한단다. <전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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