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36년은일인에게도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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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문인들이 그들의 근대문화속에서 일제에 의한 한국농민수탈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밝히는 논문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21일 한양대 반월분교에서 열린81년 겨울 비교문학 전국연구발표대회에서 「세리가와」 (근천철세·인하대교수)씨가 발표한 『일본근대문학에 나타난 한국농민상』이란 제목의 논문은 일본작가들이 일제36년간은 한국인에게만 상처로 받아들어져야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똑같은 상처로 아프게 느껴져야한다는 의식아래 식민정책을 비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논문에서 「세리가와」씨는 일제의 수탈정책을 3단계로 나누고 이 단계에서의 일본문인의 비판작품을 들었다.
제1단계는 1910∼20년 사이 수탈자의 토지형성기로 이 단계를 다룬작품은 「나까니시·이노스께」(중서이지조)의 『붉은땅에 싹트는것』이 대표작품으로 꼽혔다. 이 작품은 일제의 토지조사 사업에의한 수탈에 반항하는 한국농민과 일본지식인을 그린 것이다.
제2단계는 1921∼36년까지 수탈의 확대과정으로 이시기 작품으로는 「이또·이에노스께」 (이등가지개)의 『만보산』, 「구로시마·덴지」(흑도전치)의 『여우』등이 꼽혔다. 『만보산』은 일재지배에 견디기 힘들어 만주로 유랑해간 한국농민의 생활을 소재로한 것으로 극빈 한국농빈들이 봉천부근에서 쫓겨 유랑하다가 길림성만보산에서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도 토착민과 보안대의 방해로 좌절된다는내용. 『여우』는 만보산사건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제3단계인 1940∼50년사이 작품은 「기시야마·지」(귀사산치)의 『단파아리랑』「야마시따·소우이찌」(산하?일)의 『바다의 울음』등이 대표작으로 꼽혔다. 『단파아리랑』은 2차대전말기 경도단파의 산촌에 피난하여 개간에 종사하면서 지내던 한국인의 저항을 그렸고 『바다의 울음』은 구주에 밀항해서 잡힌 한국농민일가의 애절한 모습을 담았다.
「세리가와」씨는 『일본의 근대문학이 한국을 다루면서 모두가 한국을 옹호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작가들이 고통을 받는 자보다 고통을 준자, 빼앗긴 자 보다 빼앗은 자가 더 괴로와해야한다는것을 느끼고 작품을 썼다』면서 이같은 관점에서 작업을 해봤다고 밝혔다.
「세리가와」씨는 서울대국문과에서 한국문학을 전공,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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