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헌재 결정 3제] 검찰 조서 증거 사용 합헌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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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검찰 조서 증거 사용 합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검사가 작성한 조서(調書) 내용에 대해 피고인이 부인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자유롭게 진술했다는 상황이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1항에 대해 5 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부분적으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조서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방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난해 말 대법원의 판례변경을 통해 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을 강화한 만큼 해당 형소법 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더라도 조서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작성된 것이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형소법 제312조 1항의 단서 조항 역시 합리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형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개추위는 "피고인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쪽으로 형소법을 개정할 방침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종문 기자

*** 열 손가락 지문 채취 합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열 손가락 지문을 찍게 하고, 이를 경찰이 범죄수사에 이용하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대해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주민등록증 제도는 행정사무의 효율적 처리 외에 치안유지.국가안보도 고려된 것"이라며 "지문수집에 따른 인권침해가 공익목적에 비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 커진다"며 "경찰이 지문정보를 보관하고 이용하는 목적과 절차 등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인준.주선회.전효숙 재판관은 "17세 이상의 국민 모두에게 열 손가락 지문을 찍게 한 것은 행정 편의를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으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2003년 만 17세로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자였던 이모씨 등 3명은 주민등록증 발급 시 모든 손가락의 지문을 찍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이 헌법상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지난해 3월 헌법소원을 냈다.

김종문 기자

*** 조사실서 수갑·포승 위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검사 조사실에서 구속 상태의 피의자를 조사할 때 수갑.포승 등의 계구(戒具)를 사용토록 한 계호근무준칙 제298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계호근무준칙이 원칙적으로 계구를 사용하도록 하고, 계구 해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려면 원칙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다만 도주.폭행.자해.자살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일 때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는 지난해 1월 "2003년 10~11월 포승.수갑을 찬 채 검찰 조사를 받아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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