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업무 여성부 이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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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애를 낳으세요. 정부가 키워드리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다. 그러나 '참여 정부'의 보육(保育) 정책은 출범 초기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보육 업무 여성부 이관 문제에 대해 관련 단체.학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관련 부처와 국회의원.학계.보육 단체.여성단체 등이 참가한 가운데 보육정책 대토론회를 열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오는 29일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전국 어린이집.놀이방 연합회는 30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각각 보육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발단

지난 3월 17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석에서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金장관은 3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동일한 의견을 펼쳤다. 盧대통령도 "보육문제는 여성부가 맡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 단체와 학계 인사들이 반발했다. 보건복지부의 관련 공무원과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金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전개

金장관의 발언 이후 사태는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복지사협회, 한국보육시설연합회 등 사회복지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20일 국공립 보육시설 종사자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업무 여성부 이관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이하 비대위)'를 결성하고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민간 보육시설 종사자들의 연합체인 '전국 어린이집.놀이방 연합회'는 여성부 이관을 지지한다.

교육단체와 유아 교육학계는 또 다른 의견으로 논쟁에 합세하고 있다.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반대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관할하는 유치원과 현재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어린이집(보육시설)을 한 부처에서 통합 관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여성부 이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크게 가닥을 잡아보면 ▶국공립 보육종사자들과 사회복지학계는 이관 반대▶여성부.여성계.민간 보육시설 종사자는 찬성으로 나뉜다. 보건복지부는 '선(先) 여성부 조직개편, 후(後) 보육업무 이관' 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 "보육은 복지업무"

비대위 이계윤 대변인은 "보육사업은 여타 사회복지 분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여성의 사회참여와 지위향상을 위주로 보육업무를 시행한다면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게 된다"고 말한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부서 이관의 발상이 당초 미니 부서인 여성부의 일거리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여성부는 인프라와 노하우가 없어 사업을 담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또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와 보육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을 통해 여건을 개선해야지 부처를 이관한다고 보육의 공공성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보육은 여성의 절박한 현안"

이관에 찬성하는 여연은 "보육업무를 여성의 입장에서 추진해 줄 수 있는 여성부가 담당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여연의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육아는 가족과 엄마가 담당할 사적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양육하는 공적 문제"라며 "가족정책의 큰 틀 안에서 보육업무를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편부모.이혼 가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서비스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도 양성평등적 관점을 견지하는 여성부로 보육을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국 어린이집.놀이방 연합회 이재오 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지원은 국공립 보육시설에 국한돼 있다. 보육 시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시설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여성부가 업무를 맡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 "국방부면 어떠랴"

참여연대 토론회에 참석한 보육시설 종사자는 "보육 여건이 개선된다면 국방부가 보육업무를 담당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폭 넓고 품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참여연대 토론회의 주제 발표자로 나섰던 가톨릭대 김종해 교수는 "범 정부 차원에서 기획팀을 구성해 공보육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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