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반대 대학생데모」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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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관점이 다르거나 서로 주장하는바 의견의 차이가 있을때, 치졸한 감점의 노출은 피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입론의 근거를 내세워 소견을 밝히는것은 생산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일이다.
이런 생각에서 김기팔선생의 논박(중앙일보11월18일자)을 읽고 필자의 주장을 열어 독자나 이 프로를본 시청자에게 옳은 판단의 자료로 드리고자 한다.
첫째, 다큐멘터리형식이 아니라고 나무란 점, 최신의 이론에서는 TV프로를 기성개념만으로 장르를 정하지 않고 한가지 프로를 놓고도 제작의도와 편성틀에 따라 개념이 바뀐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둘째, 프럴로그 문제. 우선 드라머가 시작되자 마자 검정바지에 흰셔츠로 통일된 제복을 입은 대학생 수십명이 휴전반대를 외쳐대는 장면이 연속된다.
김선생 말씀대로 여기까지가 이른바 프럴로그 부분이다.
그리고 드라머의 본막은 열려 이대통령이 등장, 「아이크」에게 휴전을 반대하는 뜻을 담은 편지를 타이핑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때 데모대의 함성이 배경음으로 깔리고 열띤 군중의 데모광경이 극명스럽게 화면을 채운다. 자막에서는 4월이라고 소개했다.
장면이 바뀌어 「클라크」장군이 정장군복차림으로 등장, 이대통령을 설득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자막에서 4월27일이라고 알린다. 이때도 역시 휴전을 반대하는 군중의 소리와 열띤 데모광경이 화면에 가득 채워진다.
사실이 이런데, 데모장면은 프럴로그에 불과하여 막바지 뜨거운 여름의 장면을 모두에 잠깐 내놓은 기법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옳다고 하겠으며 4월쯤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크게 나무랐는데 과연 필자의 잘못일까.
다음, 그때 서울에서 대학생데모가 있었는가. 휴전반대의 민간인 대모가 서울에서도 미군을 상대로 극렬하였음을 그때의 기록이 말한다.
그러나 드라머처럼 대학생들의 데모는 아니었다. 그해 어느대학이 서울에서 개강하고 있었을까. 또 무슨데모가 4윌중에 서울에서 있었단 말인가. 서울대문리대에서데모를 벌였다고 하지만 서울대학교발행 「학생편람」을 보면 환도한 것은 53년 10월이다.
세째 「클라크」장군과 원용덕장군의 복장문제, 두장군의 분장, 이를테면 약장을 단 위치만으로도 엉망임은 더 말할것이 없거니와 도대체 김선생도 말하는 「US」나 「대한」이라는 배치는 군복에 보이지가 않으니 탈이다. 그러니 어느나라 장군인줄 모르겠다는 빈정거림이 나온 것이다.
다음, 경무대의 일본식 거실문제. 경무대 2층이 대통령거실이고 접견실은 아래층에있었던걸로알고있다. 미국특사가 일본식거실을 거쳐 접견실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경무대 아래층 접견실옆 어디에일본식거실이있는가.
다음, 집무실이 초라하다는 부분, 집기라고는 책상과 응접세트정도만의 빈약한 치장에 비좁기가 답답하여 시청하는데 불편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규격에 맞지않는 태극기-. 이대통령과 「클라크」장군이 회담하는 장면에서 벽에 걸린 태극기를 클로스업시킨 화면이 있다. 서툴게 그린 괘는 그만두더라도 국기의 모양이 거의 정방형이다. 태극기의 규격은 가로와 세로가 3대2의 비율인 장방형이다.
오늘의 우리TV문화의 성장을 과소평가할수는 없다. 관계 여러분의 정성과 노력이 이런 약진을 가져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평?에서 과격한 표현이 동원되는것은 전진적인 자세를 격려하는데 바탕을 둔것임을 밝히고 싶다.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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