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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 지정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조인스랜드

입력

서울 강남구와 광명시의 투기지역 지정과 세무조사를 골자로 한 정부의 4.25 대책이후 부동산시장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투자수요가 몰렸던 강남구 일대 저층 재건축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빠지고 있다.서초·송파·강동구일대 상당수 저층단지들도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정부대책의 약발이 시장에 먹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연중최저치를 경신한 초저금리, 잠재된 투기수요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투기억제책 발표 때처럼 반짝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송파·서초구 저층단지도 약보합세로 반전=강남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자 서초·송파·강동구일대 재건축대상 저층아파트들도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반포·잠실저밀도단지,강동구 고덕주공 단지는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열흘전에 비해 5백만∼2천만원가량 빠졌다. 국세청이 이들 지역에 대대적인 투기조사에 나서면서 이를 피해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도 적지 않았다.

2분기 사업승인을 앞두고 급등한 송파구 신천동 잠실시영단지는 열흘전보다 대부분의 평형이 5백만∼1천만원 내렸다. 이 아파트 13평형(구동)은 열흘전만해도 3억4천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지금은 1천만원 빠진 3억3천만원선이다.신천동 진주부동산 문제능 부장은 “강남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고 국세청이 투기단속에 나서면서 이곳도 투자열기가 많이 식었다”며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주공 2·3단지도 평형에 따라 열흘전보다 호가가 5백만∼1천만원 내렸다. 정밀안전진단을 아직 통과하지 않은 강동구 고덕주공 2·3단지 아파트값도 최고 2천만원 하락했다.고덕동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급매물이 단지별로 1∼2개씩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그러나 실거주자들이 많은 강남권 일반아파트의 경우 매수세가 주춤하지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세 예상되나 불씨는 남아=이번 투기지역 지정으로 당분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추가 상승을 멈추고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이들 지역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세가 중과되는 1가구2주택자 등 투자자들이 많아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접어들어 일반 아파트값도 함께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2분기부터 서울지역 입주아파트 물량이 늘어나고 북핵위기와 사스(SARS) 확산 등으로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며 “재건축 요건이 강화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는 7월 이후에는 아파트값이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도 “이번 조치로 강남권이나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락하진 않겠지만 7월 새 법이 시행되면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걷히면서 하반기에도 안정세를 띨 것”이라며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올해 오른 가격은 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재건축이 힘들어지면 반사이익으로 새 아파트가 각광 받으며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솜방망이 제재로 그칠 경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강남권 아파트에는 실수요층이 두터워 양도세 중과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기억제책이 완화되면 하반기에 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 금리(3년만기 국고채기준)가 지난주말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을 계속 기웃거리고 있는 점도 시장불안의 한 요인이다.

투자전략 어떻게 세울까=재건축아파트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는 금물이다.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와 이번 투기지역 지정으로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7월 시행되면 상당수 중·고층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져 거품이 꺼질 수 있다.

투기지역에서 빠진 서울 서초·송파·강동구일대 저층단지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이들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투자수요가 몰려 값이 오를 경우 다음달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재건축 투자보다는 청약에 적극 참여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안홍빈차장은 “분양가가 계속 오른다면 경기도 용인·화성·고양시 등의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을 만하다”고 말했다.마철현 세무사는 “실수요자라면 양도세 부담을 피해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조인스랜드)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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