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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늘 배고팠지? … 이젠 걱정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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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김석산 위 스타트 운동본부 공동대표와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 마호웅 노조위원장(왼쪽부터)이 결식아동돕기 후원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마음 편히 점심 식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연지(10.가명)의 소박한 꿈이다. 연지는 항상 배가 고프다. 아빠는 외환 위기 때 사업이 부도 나면서 충격으로 쓰러졌다. 현재 여섯 살 정도 지능에 머물러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심장병을 앓는 엄마가 식당일을 해서 벌어오는 쥐꼬리 수입으로 오빠까지 네 식구가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연지는 학교 급식비를 댈 수 없어 점심시간이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일 나간 엄마가 밤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저녁식사도 마른 반찬 몇 가지로 때우기 일쑤다.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니 또래에 비해 덩치가 유난히 작다.

빛나(8.가명)는 할머니.할아버지와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살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는 재작년 집을 나갔고 엄마도 생활고를 못 이겨 지난해 돈 벌어 온다고 집을 나간 뒤 소식이 없다.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할머니와 빛나를 돌보며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빛나는 끼니를 챙기기도 버거운 생활 속에서 부모가 돌아올 날만 기다린다.

연지와 빛나 같은 결식 아동을 위해 우리은행이 후견인으로 나섰다. 노사가 매달 월급에서 일정액을 갹출해 결식 아동 600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 마호웅 노조위원장과 김석산 위 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 공동대표(한국복지재단 회장)는 25일 우리은행 본사에서 '결식 아동 돕기 결연 후원' 협약식을 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직원 1만4000여 명은 이달부터 매달 월급 중 1만원 미만 단위를 떼 3000만원을 조성, 결식 아동 1명당 5만원씩 지원하게 된다. 황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상당한 규모의 성금을 쾌척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1년간 3억6000만원을 아이들에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확인서를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 황 행장은 "결식 아동 숫자가 외환위기 때보다 늘어났다는 보도를 접하고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앞으로 직원들이 지원 대상 아이들과 1대 1 만남을 통해 유대를 이어가는 한편 각종 문화행사에 아이들을 초청하는 등 후견인 활동을 펴기로 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결식 아동 돕기 운동에 한국노총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2003년 초부터 '우리사랑 기금'을 모아 사회복지시설 후원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재훈 기자 <ljh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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