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작품|박범신의 소설 「그들은 그렇게 잊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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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박범신씨의 『그들은 그렇게 잊었다』(한국문학) 김영종씨의 『7년만의 새벽』(문학사상) 최수철씨의 『사소한 부재를 위하여』(문학사상) 이병주씨의 『허망의정열』(한국문학) 이문구씨의 『남의 여자』(한국문학)등이 평론가들에 의해 수준작으로 지적됐다.
박씨의 『그들은 그렇게 잊었다』는 박씨가 「솜씨좋은 작가」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이작품은 지금의 상황에서 4·19를 돌이켜본 흔치않은 작품중의 하나다. 총상으로 절름발이가 되어 오랫동안 우체국직원으로 있다가 실직하고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취직부탁을하던 주인공은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많은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은 자유·진실이 잊혀진 현실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다시 가장 믿었던 선배를 찾아간다.
그는 시골에서 개목장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의 하룻동안 주인공은 현실을 극복하려다 철저히 파멸해간 한 인간을 본다.
작가는 이작품에서 「잊지말아야할 것의 잊음」이 우리시대의 비극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타협하지 않았다」고 하는 자위가 안일이었음을 비친다. 박씨는 이같은 내용을 술술 읽어내릴수 있는 문장과 구성으로 쓸수있는 능력을 보였다.
김영종·최수철씨는 올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인들.
김씨의 『7년만의 새벽』은 정신박약아인 아이를 장모에게 맡겨 놓았다가 다시 찾아오는 줄거리로 인간심리의 묘사가 눈에 되고 인간성에 대한 확신이 보인다.
최씨의 『사소한 부재를 위하여』는 복학한 학생이 군에 있는 친구를 찾아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목에 끓어오르는 가래침을 부각시키고 있다.
80년대의 분위기를 사물로 바꾸어 표현한 것으로 마치 김승옥씨가 안개로 60년대를 표현한것을 연상케한다.
이병주씨의 『허망의 정열』온 해방직후의 이데올로기문제를 다룬 젓으로 민중에 뿌리박지 못한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이작품은 마치 이씨만이 쓸수있는 어떤 영역인것 같은데 작가들의 시선이이시대로 더많이 욺겨져야할것 같다.
이문구씨의 『남의 여자』는 이씨가 오랜만에 발표한 소실이란 점에서 우선 관심이 모아진다. 무슨 무슨 위원이다하는 감투를 뒤집어 쓰기를 좋아하는 막된 여자에게 당하는 남편의 이야기인데 눈꼴스러운 70년대말의 시대상이 그려져있다. <도움말 주신분="김윤식·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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