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공복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풍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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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시대의 공무원 이념을 담은 5개항의 공무원 복무선서문이 새로 제정돼 국무총리이하 전공무원이 상사앞에서 새로 선서를 하고있다.
공무원복무선서는 원래 새로 공직에 취임할때 하도록 국가공무원법에 선서의무와 선서내용이 명시돼있다.
이번에 이와는 별도로 다시 5개항의 복무선서문을 만든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부기구축소와 함께 대규모 인사이동도 끝났으므로 공무원들이 심기일전해 새로운 각오를 가다듬은 의식으로서의 뜻이 포함돼있다는것이다.
이러한 각오를 지속적으로 지니기위해 자신이 선서를 한 복무선언문을 사무실에 걸어놓고 오며가며 되새기란 지침도 하달되어있다.
공무원이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 새로운 공직자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에는 누구도 이론이 있을수없다.
다만 그와같은 좋은뜻이 의식과 결부되어야 더 효과를 거둔다고 하는 발상에는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없지않은듯하다. 역시 다짐을 하는데는 형식이 효과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사람이란 제도에 얽매이는 습성이 있으므로 일단 형식을 부여한다음 그틀안에 내용을 채워넣는게 좋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형식을 너무 중요시하다보면 실제 알맹이는 뒷전으로 밀려가는 수가 있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다. 이러한 논쟁은 어떻게보면 결론이 나기힘든 논리적 다룸일는지도 모른다.
원천적으로 볼때 형식주의자는 인간의 자발적 협동이나 이성에대한 회의와 비판에 근거를 두고있고 내실주의자는 안간의 성품에 대한 신뢰와 낙관에 바탕을 두고있지않나하는 생각이다.
사회가 근대화되면 될수록 형식보다는 역시 내용을 중요시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의식을 쉽사리 방기하지 않는게 영국같은 뿌리있는 선진국들의 묘미이기도 하다.
의식은 이렇게 그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다. 교회의 예배라는 의식을 통해 인간이 신과 가까와질 수 있듯이 사회에서도 소홀해지기쉬운 점을 의식을 통해 보장하기도한다.
그러나 형식을 너무 중시하는건 창의성과 자발성을 선양하는데 장애가 되는수가 많다. 더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개인 또는 집단의 자발성울 소중히 여기는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오늘의 선서의식도 앞으로 공무원들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자발적인 충성심과 연결되지못할때 한낱 형식에 그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같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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