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누님같이 소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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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한국경제신문 창간 50주년 행사장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만나 ‘8분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저녁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다. 두 사람은 2013년 4월 대통령과 야당 비대위원장으로 청와대에서 회동한 적이 있다. 대화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때문에 이뤄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보자마자 “대통령님, 이번에 세월호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문 위원장의 손을 박 대통령 앞으로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문 위원장을 만나자 정기 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경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 여기에서 더 경제가 가라앉으면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은 지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뛰고 있는데 우리가 처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송파 세모녀법’으로 알려진 기초생활보장법안과 규제개혁관련법안을 거론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법정 심사 기일(12월 2일)에 맞춰 통과시켜 달라는 말도 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경제학 박사가 다 되셨다”며 “민생경제와 안보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만 하다 보면 서민의 삶이 퍽퍽해지고 가계 부채는 늘어난다. 그것도 염두에 두시고 유의하시라”고 조언했다. “100% (대통령 당선 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사회적 약자를 껴안으며 보듬고 가야 한다”거나 “누님같이, 어머님같이 감싸 안고 가기 위해선 소통해야 한다”는 요청도 했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문과 관련해 문 위원장은 “그들이 마음의 준비가 돼 있더라. 가능한 한 당겨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회동 뒤 기자들이 문 위원장에게 ‘박 대통령은 어떤 반응이었느냐’고 물었지만 문 위원장은 “그냥 뭐…”라며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연합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대표가 “야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9일) 새롭게 뽑히니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앉아 얘기할 수 있도록 빨리 청와대에 불러달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새정치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대통령과 문 위원장은 8분간 대화하면서 여러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위원장은 행사 뒤 “갈까 말까 했던 행사였는데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며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하면 일방적으로 듣게 되고 대화가 안 되는데, 더 실속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윤석·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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