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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영·일어 남용 귀에 거슬려|적절한 우리말로 고쳐 드려보셔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대학을 나온 인텔리들이십니다. 영어도 일본말도 다 곧잘 하십니다. 우리가 어릴 때 두 분이 아이들 몰래 비밀로 하실 말이 있으면 영어로 주고 받곤 하셨답니다. 우리는 그것이 안타까와 우리도 빨리 커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했지요. 그런데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고있는 저로서는 부모님의 영어회화는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가 있으나 일본어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군요.
그렇다고 갑자기 배우고 싶어서 속이 상안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 자신도 모르게 석여나오는 일본 낱말들이 영 우리들의 귀를 거슬리게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요오지(이쑤시개) 가져오너라, 요비링(초인종)이 고장났다, 자부동(방석)깔고 앉으라 등등, 해아리자면 수도 없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단골미장원에 따라갔더니 숫제 소도마끼, 우찌마끼 해가며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더군요.
우리들은 그런 일본말을 듣는 것이 생리적으로 싫습니다. 어른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서용M자)
답-아직도 무의식적으로 섞여 나오는 일본말 때문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침해되고 있답니다. 학생같이 듣기 싫어하거나 시정해서 사용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곧바로 잡아질 테지만 아무생각도 없이 어른들의 흉내를 내면서 그 말을 후세들에게 전할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공해란 비단 매연가스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언어공해가 우리 정서생활에 주는 피해도 크답니다.
다음부터는 부모님들에게 부드러운 말로 시정해 드리세요. 소도마끼라고 하면 아, 걸말이 말이군요 하고, 우찌마끼는 안말이죠 라는 식으로. 그러면 부모님도 대학까지 나오신 분이라니 곧 시정될 겁니다. <담당 윤남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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