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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개발 중지 촉구결의|사실여부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국제자연보호연맹(IUCN·본부 스위스)의 「낙동강하구개발중지 촉구결의」는 사실인가, 거짓인가』-. 국내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의 댐건설공사를 둘러싸고 국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근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총회에서 「낙동강하구개발계획 중지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의 발표가 있자 내무부 자연보호당국자 및 자연보존협회 관계자들이 『그같은 결의사실이 없었다』고 들고나와 원교수와 팽팽한 시비를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당초 이 발표는 지난달11일부터 23일까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열린 제15차 국제자연보호연맹총회에 참석했던 경희대 원병오 교수(조류학)가 5일 밝힌 것으로 원교수는 『한국과 네덜란드대표가 제안한 「낙동강하구 자연자원보호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댐건설공사를 중지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곧 한국정부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원교수의 발표에 대해 함께 참석했던 다른 대표 중 일부는 『결의사실이 없다』고 말했고, 일부는 『이런 논의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원교수의 발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정부당국, 특히 이번 총회에 대표 2명을 파견했던 내무부.
원교수와 함께 국제자연보호연맹총회에 참석했던 양종석 내무부 자연보호과장은 『원교수가 총회안건심사위원회에 낸 「낙동강개발중지 촉구안」은 안건심사위원장이 주요안건으로 토론하는 대신 이사회의 참고자료로 처리할 것을 총회에서 결의한 결과를 마치 안건자체가 총회에서 결의, 채택된 것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양과장은 6일 하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열린 자연보존협회이사회에서 원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표 당사자인 원교수는 「낙동강하구 자연자원보호안」은 IUCN총회에서 지역적인 자연보호문제를 다루는 제2결의, 74개 항목 중 B그룹 제2항으로 통과되었다며 양과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원교수는 IUCN결의안에 대한 자신의 발표가 있은 직후인 6일 내무부관계자로부터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재를 왜 국제기구에 호소해 말썽을 일으키느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 관계자는 『자연보존협회로 하여금 IUCN에 결의내용을 적절히 처리하겠다는 편지를 보내 그곳으로부터 정식공문이 오지 않도록 선처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원교수는 또 『내무부관계사는 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지 않고 대부분 관광을 다녀 내용을 잘 모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과 함께 총회에 참석했던 서울대 홍순우 교수(미생물학)는 『낙동강하구 철새보호 제안은 원교수 개인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결의안으로 채택되었는지의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이 회의에 참석했던 이숭령 박사는 『원교수가 총회에서 각 회원국에 자연보호법제정 등을 서두르도록 결의한 것을 위원회에 넘긴 낙동강철새보호결의안과 묶어 발표한 것 같다』고 말하고 『분명히 잘못』이라고 했다.
서울대 정영호 교수(식물학)도 『그런 결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민간기구가 한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어떤 결의를 한다든지, 간섭하는 등의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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