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ㆍDTI 규제 완화 후 농ㆍ수ㆍ신협, 영업력 약화"…상반기 적자조합 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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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신협, 산림조합과 같은 상호금융조합의 자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비과세 혜택으로 예·적금은 늘었지만 부동산 정책 변화로 대출이 줄고, 경제사업 실적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상호금융조합 경영현황을 6일 발표했다. 농협(1158개), 신협(935개), 산림조합(136개), 수협(90개) 등 2319개 조합을 대상으로 했다. 총자산은 37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64조원) 대비 7조3000억원(2%) 증가했다. 총자산 증가율은 2010년 10.4%에서 2012년 7%, 지난해 3.3%에 이어 올해 2%로 감소 추세다. 대출은 22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조원(4.2%) 늘었고, 예금은 309조2000억원으로 6조3000억원(2.1%) 증가했다. 상반기 중 순이익은 1조3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소폭(384억원) 늘었다.

금융업(신용사업)에서 1조6466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사업에서 61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인 조합 수는 54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574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조합의 23.3%에 달한다.

농협은 경제사업에서 60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6563억원이나 손실을 봤다. 공동구매ㆍ종자개량ㆍ농기구 임대 등 조합원들의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업이 많다고 해도 수익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에선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에 따른 수입)과 순이자마진과 같은 이자수익 부문 지표가 악화됐다. 예대마진율은 지난해 상반기 3.02%였으나 최근엔 2.35%에 그쳤다.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은행권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영업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LTV가 85%에서 70%로, DTI는 65%에서 60%로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2일 기준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87조4000억원으로 7월(87조3000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 증가에 그쳐 증가폭이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오홍석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일시적으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지표가 다소 개선됐으나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며 “한계조합에 대해서는 합병 등을 통해 부실위험을 낮추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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