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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구시민에 '진정성'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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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2명이 23일 대구에 왔다. 의원 24명이 참여하는 '대구사랑 국회의원 모임(이하 대사모)' 발족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열린우리당 염동연.장영달.김혁규 등 중앙위원 4명이 참석한 발족식(그랜드호텔)은 마치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서 대구를 '제2 지역구'로 정해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앞서 대구시청에서 열린 의원과 대구시 간부 간담회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김태일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구엔 여당 지역구 의원이 한명도 없어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의원들은 조해녕 시장과의 첫 만남에서 지하철 3호선 건설 등 애로사항을 듣고 적극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의원은 "처가가 대구""TK.PK 하지 말고 OK로 통일하자"는 등 친밀감을 나타냈다.

유시민 의원은 특히 "대구시당 정책팀과 대사모의 보좌관, 대구시 3자가 실무 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지원 방향까지 제시했다. 대사모는 대구시가 추진 중인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부터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당의 행보에 시민들은 "가뭄의 단비"로 환영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공무원은 "실리보다 명분이 강한 대구"라고 잘라 말했다. 40대의 한 회사원은 "여당이 대구를 방치하다시피 하더니 갑자기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다른 한 공무원은 "정치적 의도가 있겠지만 의원들의 진정성을 이번에는 믿고 싶다"며 반신반의했다.

시민들이 여당에 보내는 감정의 현주소다. 여당은 참석 의원들의 말대로 이번 행사를 1회성으로 끝내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야만 대구시민의 신뢰도 얻고 그토록 염원하는 표심(票心)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황선윤 사건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