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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세계인간은 어디까지 접근했나 |투시·정신동력, 실험서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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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유럽에서는 예언서들이 날개돋친 듯 팔리자 국내에서도 서너 권의 예언서들이 일시에 출간됐다.
이런 예언서들은 대부분 1568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노스트라다무스」의 『대 예언서』에 바탕을 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일개의 읽을거리가 4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내일을 미리 알고자하는 끊임없는 욕망과 능력의 신비함을 믿고 싶어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인간은 오래 전부터 이성과 과학으로서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의 소유자로 간주되어왔다. 다만 선택된 인간만이 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믿어져왔다.
미래를 보는 능력·텔레파시·정신동력·투시력 등 소위 초능력은 신비의 대상인 동시에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기도 한다.
1974년 이스라엘의 「유리·겔러」는 물리학자 앞에서 정신동력으로 금속숟가락과 열쇠를 자유자재로 부러뜨렸으며 심지어 금속용기 안에 있는 수정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이를 본 과학자들은 『알 수 없는 힘이 「겔러」의 몸에서 나오고 있다』는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1973년 미국뉴욕의 초심리연구소에서는 화가인 「잉고·스완」의 테스트가 과학자·TV카메라 등의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해졌다.
방 한가운데는 아무도 내용을 모르는 카드박스가 천장에 걸려 있었다. 「스완」은 자신의 정신력을 집중한 다음 눈을 가리고 내용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이런 테스트가 8번 반복됐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과학자들은 그의 머리에 전자장치를 해 뇌파를 검사했다. 뇌파는 그가 정신집중을 할 때마다 주목할만한 변화를 일으켰다. 「스완」은 이 실험에서 『나의 마음은 몸을 떠나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나온다』고 술회했다. 학자들은 이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투시해서 그린 스케치는 상자 안의 도형과 색을 거의 비슷하게 맞히고 있었다.
이 실험은 초능력이 단지 신비스러운 설명할 수 없는 요술이라는 단계에서 실증적인 실험단계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즉 이해할 수 없는 초능력 및 심리현상을 다루는 초심리학(파라사이클로지)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초심리학적 현상들이 선술집에서나 행해지는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공박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의 과학적 추세는 40∼50년 전보다는 초능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정도다.
그럼 초심리학의 연구대상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탤리파시다. 이 말은 『감각의 인식경로를 통한 독립적인 사고의 전달』이라고 정의된다. 이 텔레파시는 인간적인 관계가 가까울수록 잘 된다고 알려져 왔다.
탤리파시의 최초의 실증적 연구는 1910년에서 24년 사이 영국옥스퍼드대의 「길버트·머레이」교수에 의해 행해졌다. 자신도 실험대장이 된 이 실험은 33%의 성공과 44%의 실패,23%의 부분적 성공을 기록했다.
이후 보다 실증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미국듀크대학의 「리네」교수였다. 「리네」교수는 텔레파시의 실증을 위해 통계를 이용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리네」교수는 대학구내의1백m와 2백50m떨어진 대학건물에서 5개의 각기 다른 카드의 모양을 정신적으로 보내는 실험을 했다. 즉 A라는 피험자가 카드를 선택해 상대편에게 정신적으로 보내면, B는 어느 카드라고 생각하고 이를 기입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1백m의 거리에서 통계적으로 5번 적중해야할 것이 11.4회나 적중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이와 비슷한 연구가 수없이 행해졌으나 통계적인 기대치보다는 높게나왔다. 「리네」교수팀이 고안한 카드는 지금도 텔레파시를 시험하는 도구로 팔리고있다.
이외에 초감각·심리수술 등 많은 인간지성으로 이해되지 않은 정신세계가 초심리학에서 연구되고 있다.
원자물리학자인 「오펜하이머」박사는 『세계는 시간과 역사라는 실체와, 영원과 무한이라는 실체로 대별되고 있다』면서 두 세계는 각기 다른 질서를 갖고있어 한쪽에서 다른 쪽을 이해하거나 환원시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초세계라는 옆방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현실이라는 방에만 살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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