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영어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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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어회화는 일종의 기술이다. 기술은 몸소 익혀야되는 것이고, 조리만 따져서는 익숙해지지 못한다. 그리고 기술은 어려서부터 닦아야 몸에 배어 쉽게 능숙해질 수 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연습이 가장 필요하려니와 문법도 알아야 하지만, 문법에 지나치게 무게를 둠은 이른 시기에 좋지않다. 장난감으로 집을 지어보는 것이 재미있지, 그런 집짓는 법만 따지고있을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어교육이 절름발이라는 불평을 듣는다. 단어는 많이 아는데 활용하지못하고, 문법지식은 퐁부한데 작문이 엉망이라는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생님이나 교과서나 학생들의잘못이아니고 환경문제다.
배워봤자 실용할 때와 곳이 없었다. 어찌하랴, 읽고나 있을 수 밖에. 그런데 지금은 여건이 달라졌다. 거의 다 영어를 아는 관광객·기술자·실업인·전도원·군인들이 1년에도 수백만이 들락날락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날의 교양적인 교수법을 무시하거나 비난해서는 아니 됨과 동시에, 이제소리를 중요시하는 산 영어가 이땅에서도 필요하게된 것이다. 소리를 중요시한다는 말은 영국· 미국인처럼 입흉내를 내라는 것이아니고, 발음과 음조가 정확해야겠다는 말이다.
입과 귀의 이러한 연습이 당장 실용적이라고는 해도, 결코 영어교욱의 최종목적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목표로 하는것은읽고, 쓰고, 연구하는 것이겠지만 그 목표까지 가는데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이겠다.
산 언어로서의 영어를 배우려면 귀와 입을 통하여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자연스런 방법이겠다. 아직까지의 영어교육은 배우는 것이었지, 사용하는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잠자는 영어에서 움직이는 영어로 옮겨가야 할 오늘의 상태다.
초등 학교 학생들에게는 지식으로서보다 기술의 하나로「오그덴」의 고안인『기초영어(8백50개 단어활용)』를 참고재료로 하여, 4학년 때에 시작, 5·6학년에 걸쳐 듣기·말하기를 연습시키면 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깊이 유의해야할점은 만의 하나라도 잘못이·없어야겠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다가는 외래어가 늘어나서 우리말을 어지럽히기 쉽다는 의견을 존중한다. 한편 잘 골라서 쓰면 우리말로 동화하여 한국어의 어휘를 풍부케 하는 이점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제는 우리말인 기하학도 Geometry의 geo를『시다』라고 욺겨쓴데 시작되었음을 생각하자.
교육에 있어서 실효 또는 효과라는 것을 너무 노려서는 아니된다. 학교교육에 교양과목이 있고, 짐을욺기는데 수레가 필요한 것은 더욱 높고 깊은 것을 얻기 위하여서다. 유희의 일종으로 여기고 어린이들에게 모두 영어를 가리켜주자. 인생을 살아 나가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 틀림없다.

<영어학자> ▲1902년서울출생▲연고대교수▲사회부장관▲한국외국어대학장▲저서=『학습영문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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