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요구한 부인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남성에 징역 1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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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하고싶은 대로 해요. 천만금을 줘도 싫어요"

A(73)씨는 부인(당시 66)의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1969년 결혼한 부부의 갈등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부인은 외손자를 돌보기 위해 딸의 집에 머물며 황혼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A씨는 2년 전부터 부인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미행을 붙이는 등 사사건건 간섭해왔다.

지난해 12월 딸의 집으로 부인을 찾아간 A씨는 "이혼을 할 수 없다"며 다투기 시작했다. "꼭 이혼을 하겠다"는 부인의 말에 격분한 A씨는 신발장에 숨겨놓은 몽둥이와 흉기로 부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범행 후엔 피묻은 손을 씻은 후 택시를 타고 경찰에 가 자수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A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 당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은 물론 자녀와 유족도 큰 충격을 받게 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일생을 함께 산 배우자와의 문제를 대화와 설득을 통해 풀어나가는 대신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행동을 탓하고 범행을 정당화하는 등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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