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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온타케(御嶽山) 화산 어떻게 분화했나

중앙일보

입력

일본 온타케산(御嶽山·3067m) 화산 폭발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6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온타케산을 관할하는 나가노(長野)현은 지난달 27일 분화(噴火) 후 지금까지 47명이 사망했으며 행방불명자가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1926년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카치다케(十勝岳)가 분화해 144명이 사망·실종한 후 최다 규모 인명피해다.

온타케산은 '일본의 알프스' 또는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일본의 화산 중 후지산(富士山·3776 m)에 이어 둘째로 높다. 혼슈 중부 나가노(長野)와 기후(岐阜) 두 현 경계에 걸쳐 있는 이 산은 안산암질 성층화산체다. 정상에는 백두산의 천지와 크기가 비슷한 직경 5 km의 칼데라가 있다. 그러나 천지와는 달리 내부에 물은 고여 있지 않다.

1979년엔 7개월동안 활동

과거 1만 년 이내에 분화한 경험을 가진 화산을 활화산으로 규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활동 가능한 화산체는 약 1500여좌이다. 이들 중 75%가 환태평양지역에 위치하는 데 우리는 이를 '태평양 불의 고리(Pacific Ring of Fire)'라 부른다. 일본 내에는 110개의 활화산이 알려져 있다.

일본은 지구의 판 4개가 서로 인접하여 만나는 특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기에 화산작용과 지진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온타케 화산은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키판이 만나는 경계부에 위치한다.이 화산의 활동 시기는 약 75만 년~42만 년 전까지의 고기(古期)와 약 9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신기(新期)로 나뉜다. 산 정상부의 겐가미네산(3067 m)과 마리시텐산(摩利支天山·2959.2 m), 마마코다케(2858.9 m) 등의 산봉우리,화구와 칼데라가 거의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화구 주위에는 방사상으로 분포하는 용암류 지형이 비교적 뚜렷하다. 이러한 용암류와 분화구는 마마하하다케화산군과 마리시텐산(摩利支天山)화산군의 신기 온타케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오랜 기간 휴화산의 상태를 지속해 왔던 온타케 화산은 1979년 10월 28일 갑자기 깨어났다. 화산활동은 이듬해인 80년 4월까지 약 7개월 동안 계속됐다. 84년에는 나가노현 서부 지진에 의해 사면붕괴와 암설사태가 발생하여 산록에 큰 피해를 냈다. 91년 소규모의 수증기 분화가 있었으며, 2006년 이후에도 분기(噴氣) 활동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특별한 전조현상이 없이 갑작스럽게 산정 분화구 주변에서 수증기폭발을 일으켰다.

1979년의 분화는 10월 28일 오전 5시 20분 지진계에 산체의 진동이 기록되면서 시작됐다. 활동 중심은 겐가미네산에서 약 600 m 남서쪽의 지코쿠다니(地獄谷)의 계곡 위쪽이었다. 안행상(雁行狀)의 작은 틈새 균열을 포함하는 10개의 작은 화구군이 열렸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북서-남동방향으로 약 500 m 정도 연속돼 있었다.

화산재와 수증기를 뿜어내는 분연(噴煙) 활동의 중심은 화구군의 북서쪽 끝 작은 화구(79-1 화구)였다. 여기서 분출물의 대부분이 방출되었다. 화산재는 겐가미네산과 오타키(王?) 정상 부근에서 30~50 cm 정도 쌓였고, 총분출량은 약 20여 만t에 달했다. 분석된 화산재에는 새로운 마그마에서 유래한 물질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로부터 전달된 열에 의하여 지하수가 급속하게 가열 팽창하여 만들어진 수증기가 화구를 통하여 상승하면서 화구 주변의 틈새를 따라 빠른 속도로 폭발적으로 빠져나왔다.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 VEI) 1 규모의 푹발적인 수증기분화였다.

9월14일 이후 잠잠해져 방심

올해 9월 10일과 11일에는 온다케화산 주변의 화산관측소 지진계에 소규모의 화산성 지진이 85회 정도 기록됐다. 그 다음날엔 평상시와 같은 10회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14일에는 갑자기 저주파의 화산성 미동이 발생한 후 잠잠해졌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9월 27일 오전 갑작스럽게 화산성 지진이 366회 이상 발생하였다. 오전 11시 41분(분화 직전 11분 전)에 갑자기 이들 화산성 지진이 화산성 미동(tremor)으로 바뀌면서 화산의 분화가 임박하였음이 직감적으로 알려졌다. 4분 뒤인 11시 45분 산정부의 지형이 팽창(융기)하는 것이 경사계를 통하여 기록되었다. 그로부터 7분 후인 11시 52분에 온타케 정상부 부근에서 몇 군데의 틈새를 통하여 수증기와 화산재가 뒤섞인 분연이 갑작스럽게 분화하였다. 수증기와 화산재가 뒤섞인 분연주(화산재기둥)는 5 km까지 상승하였으며 분화구 주변에 많은 분석(噴石)을 토해냈다. 분화 후 화산성 지진은 진폭이 큰 상태로 약 30분간 지속되었고 첫 분화 후 주변 지형은 침강하였다. 그 후 지속적으로 수증기와 화산재를 소규모로 뿜어내고 있다.

온타케 분화구에서 방출된 암석덩어리의 분포 상황을 이번에 촬영한 사진에서 대략적으로 추정하고 A~C의 3개 영역으로 구분했다.(그래픽 참조) 기본적으로 화구에서의 거리에 따라 암괴의 분포 밀도가 낮아진다. 화구에 가까운 A 영역은 매우 높은 밀도로 방출 암괴들이 집중 분포하고 있다. 사진에서 식별할 수 없는 작은 것을 포함하면 이 영역에서는 매우 대량으로 방출된 바위 덩어리가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C 영역보다 바깥쪽에는 사진에서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분화로 형성된 화구는 서북서-동남동 방향으로 배열한다. 화구 배열은 1979년 때와 거의 겹치지만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 있다. 1979년 분화할 때 화구가 생기지 않았던 장소에 새로이 화구가 형성됐다. 전체 길이는 약 1km, 남쪽으로 약 400 m 정도 확대되어 있다.

9월 27일 분화의 총분출량은 체적으로 60만~110만㎥인 것으로 계산되었다. 분출량과 화산재 구성물의 분석 등으로 9월 27일 분화는 1979년 분화와 매우 유사한 규모의 수증기 분화였다고 생각된다. 화산분화의 크기는 분화된 물질의 총량과 분연주의 높이 등으로 판단한다. 분연주의 최대 높이는 7 km까지 도달하였으나, 분출물의 충량이 대략 100만t 이내로 화산폭발지수 1에 해당하는 소규모 분화였다. 2010년 아이슬랜드의 에이야프얄라요클 화산의 VEI 4에 비교하면 1000분의 1 수준이었다.

보통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진 화산재가 포함되면 그 온도가 700~500℃ 정도이다. 흘러내리는 속도에 걸맞게 압력도 상당하여 나무들을 한쪽으로 몰아서 쓰러트릴 수 있으며 이동경로상의 건물 등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온타케에서는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진 화산재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수증기가 상승하는 화도 근처의 오래된 변질된 화산암이 분쇄된 화산재이었기에 온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저온 화쇄류’가 발생했다. 화쇄류가 이동한 지코쿠다니 주변의 나무에 흰색 화산재가 부착되어 전체가 희게 보이며, 쓰러지거나 불탄 흔적을 보여주는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저온 화쇄류는 온도가 낮고, 파괴력도 약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산 폭발로 숨진 사람의 70%가 화쇄류를 뒤집어 쓴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인명피해 규모가 컸던 것은 단풍등산객이 많았던데다 일출을 맞이하기 위하여 산 정상부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뚜렷산 전조현상이 없어서 경보 발령과 대피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30~40년 간 휴면상태였던 화산이 깨어날 때는 통상 24~72시간 전에 마그마의 움직임이나 미세한 지진 활동, 온천수 온도나 지열의 변화, 화산성 가스의 성분 변화 등 전조현상 조짐이 있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위험지역 거주자나 등산객들이 대피하는데 충분한데, 이번처럼 갑자기 분출할 때에는 예방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이번 분화는 마그마가 상승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그마로 가열된 지하수가 끓어 폭발한 ‘수성 화산활동’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도 1979년 때처럼 분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화산이 폭발적으로 분화하여 다량의 화산재를 뿜어낸다면 그 화산재는 대부분 태평양쪽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 화산재가 확산되는 경로상의 일부 항공노선이 마비되면 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백두산 분화 가능성 가장 커

우리나라에서 활화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화산은 백두산·한라산과 울릉도 성인봉 등이다. 백두산은 10세기에 화산폭발지수 7의 폭발적인 거대분화를 했으며 역사시대 분화 기록을 30건 이상 가지고 있다. 현재 분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 폭발적인 분화가 발생하여 화산재가 남한 쪽으로 내려올 경우에 대비하여 화산재해 피해 예측을 위한 방재차원의 대응 연구가 소방방재청의 지원으로 진행 중에 있다.

한라산은 1002년과 1007년에 분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도에서 화산이 분화하면 그리 큰 걱정을 할 것이 없다. 한라산은 주로 현무암질 화산활동이 대부분이었으며, 지하의 마그마가 지표로 액체 상태로 나오면 용암이 되어 화구로부터 골짜기나 개울 등 낮은 곳을 따라 이동하면서 최종 바다로 진입할 것이다. 약간의 폭발적인 분화가 발생한다면 분화구에서 튀어나온 현무암질 분석(송이)들이 분화구 주변에 쌓여서 새로운 하나의 오름이 만들어질 것이다.

울릉도 성인봉은 9300년~6300년 전 분화로 나리분지를 형성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yuns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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