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팔 비튼 아이칸 … 하루에 1264억원 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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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또 다른 승리다. 이베이가 전자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분사시키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페이팔은 내년 하반기에 이베이로부터 완전 독립한다. 아이칸은 주가가 저평가 돼있다며 경영진의 팔을 비트는 주주행동주의 진영의 대표주자다. 배당 확대는 물론 인수합병(M&A), 분사 등의 압박도 불사한다. 아이칸은 올 1월 “페이팔은 보석이다. 이베이가 그 가치를 덮고 있다”며 페이팔 분사를 요구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도 가세했다. “글로벌 결제회사가 경매 사이트 자회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통업체인) 타겟이 비자카드를 소유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머스크의 말은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이베이 경영진은 “이베이가 페이팔의 성공을 촉진해왔다”(존 도나호 이베이 CEO)며 거부했다. 속내는 알토란 같은 페이팔을 내놓기 싫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페이팔 매출은 전년대비 20% 증가한 66억달러로 이베이 매출의 41%를 차지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이베이 이사회는 생각을 고쳐먹고 아이칸의 요구를 수용했다. 도나호 CEO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칸이 권고했던 전략을 따르기로 했다”고 시인했다.

아이칸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페이팔 분사 결정이)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우리 예상보다는 빨라서 행복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베이 주가는 이날 2년래 최대 상승폭인 7.5% 올라 56.63달러를 기록했다. 아이칸은 떼돈을 벌었다. 이베이 주식 3000만주(2.5%)를 보유한 아이칸의 주식평가익은 이날 하루에만 1억1910만달러(약1264억원)로 늘었다.

 페이팔 분사는 ‘전자지갑 전쟁(Digital Wallet Wars)’의 본격 개막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 시장의 개척자지만, 시장엔 새로운 강호들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이 익스프레스·비자·마스터 카드를 동맹군으로 삼고 ‘애플 페이’라는 모바일 결제를 시작한다. 218억달러(약 23조원)를 끌어 모아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알리바바는 ‘알리 페이’를 앞세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모바일 결제 시장에 눈독 들이고 있다. 페이팔은 이베이에서 떨어져 나와 몸이 가벼워졌다. 다른 결제업체들을 직접 M&A 할 수도 있고, 자신이 M&A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이칸은 “애플페이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한 만큼 시장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시장은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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