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국회 국정원장 임명 놓고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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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5일 고영구(高泳耉)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싼 진통과 관련,“국회가 국정원장 후보자를 검증하면 그만이지 임명을 하라말라 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월권”이라고 주장하며 임명장 수여식을 강행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高원장에 대한 해임권고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 국정원장 임명 진통이 대통령과 국회및 야당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盧대통령은 이날 임명장을 주면서 “국회와 대통령은 각각 할 일이 있고,서로 권한을 존중해 줘야 한다”며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과 업무역량을 국민에게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심판 권한을 국회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닌데도 그걸 심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좋지만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임명한다고 해서 국회운영,법안심의,추경예산 편성을 안하겠다고 한다”며 “추경은 대통령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위한 것인데도 그걸 볼모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국회 정보위의 여야 의원들이 이념적 편향성을 들어 高원장에 대해 부적절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서 색깔을 씌우고 있다”며 高원장에게 “소신을 갖고 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국회를 제일 존중하겠다고 여러번 말했던 盧대통령의 메아리가 가시기 전에 국회의 의사를 짓밟는 행동을 했다”며 “제도에 있는 견제,검증 역할을 한 것을 근거없이 간섭한다고 한 대통령의 국회관은 문제”라고 비판했다.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高원장에 대한 해임권고결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의 결과가 인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고쳐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키로 했으며,예산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5월 임시국회를 소집요구키로 했다.

이규택(李揆澤)원내총무는 “향후 벌어질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에게있고 국정운영이 제대로 안될 것“이라고,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국민과 국회는 안중에도 없는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며 독선과 오만의 극치”라고 각각 주장했다.

최훈.고정애 기자

▶다음은 노대통령의 관련 발언 원문이다.

청문회 하느라 수고했습니다. 국회 청문회와 상임위 출석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감정을 절제하는 겁니다.정책만 묻지 않고 때때로 모욕을 주니까 절제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답변하면 기분나빠 하고,(의원들이)모욕으로 사람을 제압하려고 하니 제일 어려운 겁니다.답변을 듣지 않고 또박 또박 답변하면 마치 어린 아이 대꾸하는 것 나무라듯 ‘어디다 대고 대꾸야’ 그런 식이죠.

(고영구 국정원장이 “대통령께서 정국을 이끄는데 저희가 부담될까 걱정”이라고 하자) 그건 잘못된 겁니다. 국회는 국회로서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있습니다. 서로 권한 존중해주고 그래야 합니다. 검증하면 그만이지 국회가 ‘임명하라 마라’ 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월권입니다.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해서 ‘국회 운영 안한다, 법안 심의 안한다, 추경도 안한다…’

추경은 민생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경제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대통령 좋으려고, 대통령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그걸 볼모로 하겠다는 겁니다. 도덕적 자질과 업무역량을 국민에게 표출하는 것은 좋은데,심판 권한을 국회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청문회에)나와서 색깔 씌우고…소신 가지고 하십시오. 옛날에는 국정원장은 자기(대통령) 말 잘듣는 사람 시켰는데,이번에는 말 잘 안듣는 사람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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